㈜이마트와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가 7일 극적으로 상생합의안을 도출한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면점. 김경현 기자 view@㈜이마트와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가 7일 오후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산 서면점을 둘러싸고 상생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는 기존 대형마트를 창고형 할인점으로 리모델링해 재개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자율적 상생합의안이다. 창고형 할인점 사업 진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대기업 유통업체들과 중소상인들 간의 사업조정을 위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상생합의안 배경과 의미=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창고형 할인점 진출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동안 핵심 성장동력이었던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 때문에 신규 출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매업태를 띤 기존 대형마트와 달리 창고형 할인점은 도매영업 비중을 늘여 객단가를 높이는 영업전략을 구사한다. 지역 중소 유통상인들의 생존권을 필연적으로 위협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11년 8월 말 개점한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면점의 경우 개점 직후 30만 원 이상 대량 구매 고객들이 몇 달 사이 2~3배 증가했다. 전체 매출도 이마트로 영업할 당시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트레이더스 주변 중소 납품업자들의 매출은 20% 이상 감소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면점
중소상공인과 '상생' 합의
첫 사업조정-자율협의 의미
현재 이마트 트레이더스 7곳
지난해 매출 배 이상 늘어
롯데마트 등 전국 확대 추세
골목상권 보호 최소 장치 마련
그럼에도 트레이더스 서면점의 경우 최근까지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에 근거한 사업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기존 대형마트를 리모델링해 재개장한 것은 사업조정의 대상이 되는 새로운 사업의 개시·확장으로 볼수 없다는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2011년 9월 이마트를 리모델링한 트레이더스 대구 비산점 역시 사업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오히려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던 대구 서구청과의 법적 소송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항소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의 원심을 뒤집고 "(중기청의 사업조정 개시 결정은 원고에 대한) 최종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법원이 개입할 수 없다"며 중기청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판단에 따라 이마트 측이 중기청의 사업조정을 피해갈 명분을 잃게 됐고, 이번 자율조정 합의의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파장과 전망=이번 자율조정 합의는 창고형 할인점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기업 유통업체들과 지역 중소 유통상인들 간 상생모델을 만든 셈이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지만 창고형 할인점이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도매업태를 지양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평가할 부분이다.
이마트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총 7곳의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를 운영 중이다. 오픈 후 이듬해 3천650억 원을 기록했던 트레이더스 매출은 지난해 6천25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마트 일반매장 매출이 올 들어 넉달 연속 역신장한 것과 반대로 트레이더스는 지난 4월 전년 대비 36.9% 매출이 뛰어 최근까지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마트의 빅마켓도 지난해 6월 1호점을 연 뒤 각종 규제로 할인점 출점이 어려운 와중에도 올 초 매장 2곳을 추가로 열어 점포를 4개까지 늘렸고, 향후 1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랜드 리테일도 이르면 내년 경기도 분당 차량기지에 창고형 할인점인 '홀렛'을 오픈하며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는 국내에 9개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에만 2조 8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지역의 골목상권과 중소 유통상인들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신규 출점보다는 기존에 영업 중이던 대형마트 중 실적이 떨어지는 매장을 리모델링해 창고형 할인점으로 재개장하는 수법을 찾은 것이다. 실제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면점과 비산점 외에도 롯데 빅마트 금천점 등이 기존 대형마트를 창고형 할인점으로 리모델링 한 것이다. 트레이더스 비산점과 빅마트 금천점의 경우 사업조정을 피해갔다.
그러나 이번 서울고법 판결과 이에 따른 자율조정 합의안 도출로 앞으로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편법적인 업종변경 우회로가 막힌 셈이다. 기존 업장을 리모델링하더라도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조정 절차를 반드시 거치게 된 것이다.
동의대 유통학부 박봉두 교수는 "중기청의 손을 들어 준 서울고법 판결과 그에 따른 당사자간 자율조정 합의는 대기업과 중소 유통상인 간 첨예한 유통전쟁에서 상생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면서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지만 중소상인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