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사건' 재심 청구인 5명 33년 만에 무죄

입력 : 2014-02-14 10:49:53 수정 : 2014-02-14 14: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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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이 13일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인 이른바 '부림사건'의 재심 청구인 5명에게 무죄 판결했다. 부림사건 재심 청구자 노재열, 이진걸, 설동일, 최준영, 고호석 (왼쪽부터) 씨 등 5명이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 밖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군사정권 시절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인 이른바 '부림사건'의 재심 청구인 5명에게 33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재심 재판부는 부림사건 관련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초로 무죄를 선고, 또 다른 관련자들의 재심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부산지법 형사2부(한영표 부장판사)는 13일 부림사건 유죄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58), 최준영(62), 설동일(58), 이진걸(56), 노재열(56) 씨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의자들이 범행을 자백했지만, 신문조서는 경찰의 불법 구금과 자백 강요로 작성됐고 압수물도 영장 없는 강제처분에 의해 이뤄져 증거능력이 없다"며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신문조서 증거능력 없고
학습만으로 죄 성립 안 돼"
관련 재심 신청 잇따를 듯


재판부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한다"면서 "(재심 신청인들의) 현실비판적인 학습행위나 학생운동만으로는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계엄법 위반에 대해서도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전후해 일어난 일로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이 사건 판결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범죄로 볼 수 없게 됐다며 면소 판결했다.

이에 대해 고호석 씨는 "이번 무죄 선고는 33년 전 우리들의 변호인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면서도 "국가보안법은 정권의 안보를 위해 국민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많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동일 씨는 "국가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받은 많은 분에게 국가 차원의 특단의 구제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국가보안법, 계엄법,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이다.

당시 19명이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이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았다. 부림사건의 변론을 맡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박진국 기자 gook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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