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그의 짜증에는 진한 공감이 배어 있다 (인터뷰)

입력 : 2015-10-21 10:15:47 수정 : 2015-10-21 10: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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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배우 이선균의 색깔은 확실하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는 그 자체만으로 로맨스를 불러왔다. 한동안 그렇게 이미지가 쌓여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다른 색깔이 이선균을 덮었다. 계속되는 억울한 상황 속에서 유발되는 '짜증'이 바로 그것이다. '짜증 연기의 일인자'라는 훈장을 달았다. 영화 '화차' '끝까지 간다'는 물론 8일 개봉된 '성난 변호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선균은 비에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억울한 인물이고, 짜증을 내는데 그 상황을 공감하고 잘 따라와 준 것 같다"며 "인물이 그다지 정의롭지 않은데도 그 상황에 맞는 짜증과 호흡을 이해하기 때문에 응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난 변호사'에서 이선균은 승소 확률 100%의 변호사 변호성 역을 맡았다. 변호성은 억울한 상황을 거듭 몸으로 부딪히면서 의문의 살인 사건을 풀어간다. 이번에도 짜증은 제대로다.  

그는 "캐릭터가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 있고, 받쳐주면서 전체를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이 있다"며 "지금까지는 멋있는 것보다 힘들게 받쳐주는 역할과 상황이 많았다.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해야 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그 두 가지를 같이 해야 했다. 그래서 더 부담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성난 변호사'는 이선균의 원맨쇼에 가깝다. '화차'의 김민희, '끝까지 간다'의 조진웅과 같은 막강한 상대를 받쳐주면서 끌고 가기보다 홀로 모든 걸 책임진다. 이 같은 부담감에 예전 작품보다 훨씬 더 많이 감독과 이견을 조율하고, 설전을 거듭했다. 

이선균은 "허종호 감독과는 동문이자 친구다. 일주일에 4번씩, 스태프가 다 꾸려지기 전부터 갔다"며 "그 친구도 결과가 안 좋으면 다음 영화에 지장이 있을 거고, 나 역시 '끝까지 간다'보다 많은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분량이다. 그래서 작전을 잘 짜야 했다"고 떠올렸다. 

속도감을 어떻게 낼 것이며, 캐릭터 변주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또 15세 관람가에 맞는 톤 앤 매너 등을 싸우면서 만들었다. 이견도 많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시간이 많았다고. 

또 그는 "기질 자체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이견도 많았다"며 "하지만 감독에게 맞춰야 하고, 그 안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거다. 그렇게 조율했던 것 같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대학 동문으로 오랜 친구 사이. 이 같은 투닥거림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선균은 "(대학 다닐) 당시 영화학도들이 주로 예술영화를 찍는데 허종호는 철저하게 상업영화를 표방했다"고 기억을 들춰냈다. 

또 과거에 같이 준비하던 작품이 잘 안 되면서 약간의 오해도 쌓였다. 이에 그는 "당시 회사를 옮길 때였는데, 개런티가 안 맞아서 거절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더라. 나중에 그걸 알게 됐다"며 "그러다 이 작품을 받게 됐고, 이런 기회가 흔히 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빨리 결정해서 서로에게 도움되는 작업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끝까지 간다' 성공 이후 이선균에게는 유사 장르의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성난 변호사'도 약간의 변주가 있더라도 '끝까지 간다'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전에는 형사, 누아르, 액션 등이 10개 중에 한 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형사가 많이 들어온다"며 "특히 '끝까지 간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독박 쓰는 게 많다"고 웃음을 보였다. 

비슷한 분위기는 일부러 피할 것 같지만, 이선균은 달랐다. 이에 그는 "너무 기다리고 재기 시작하면 욕심이 생긴다"며 "그 안에서 나에게 맞는 것을 운영해서 다른 걸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 "'성난 변호사'는 분명 질감이 다른 영화"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더 큰 도전이었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은 최근 간간이 들어온다는 누아르 장르다. 이선균과 누아르, 분명 색다른 조합이다. 억울한 상황과 짜증이 아닌 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이선균은 "다음 작품은 누아르고, 캐릭터도 정말 멋지다. 과분하게 멋져서 부담"이라며 "무게 잡고 가볼까 생각도 있는데, 그게 어울릴까 싶기도 하다"며 "오롯이 캐릭터에 집중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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