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봤니?] '송곳', 원작과의 아슬한 줄타기 '합격점'

입력 : 2015-10-25 11:01:39 수정 : 2015-10-25 11: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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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유은영 기자]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JTBC 주말드라마 '송곳'이 원작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성공했다.

24일 첫 방송된 '송곳' 1회에서는 푸르미마트 이수인(지현우) 과장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그는 정민철(김희원) 과장으로부터 판매사원들을 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는 엄연한 부당해고이자 불법.

평생을 올곧게 살아온 이수인은 이를 불법이라며 거절했다. 그는 어린 시절, 동급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받는 친구를 무시하지 못해 나서서 도와줬다. 또 촌지를 요구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몰매를 맞기도,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선거 개입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며 사회에 저항해 온 인물.

'꼰대'가 장래희망이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채 현실의 '걸림돌'로 살아온 이수인은 또 누군가의 걸림돌이 돼버렸다. 그의 '나는 어디에서건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었다'라는 독백처럼.

뚜껑을 열어 본 '송곳'의 1회는 원작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수인과 함께 '송곳'의 이야기를 이끌어 갈 구고신(안내상)의 첫 등장 장면, 이수인의 등장과 그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들, 푸르미마트의 배경 등은 모두 원작의 것을 충실히 따랐다.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 대사까지 모두.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는 것은 무리하거나 위험한 도전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다. 이는 '송곳'이 가진 무겁고도 진중한 분위기를 잘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원작의 이야기만 하려는 속셈은 아닌 듯 보였다.

푸르미마트 일동점 야채청과 직원 남동협(박시환)과 규격상품 파트 준금(신연숙)의 모자 관계, 항상 해맑은 수산파트 미소천사 황정민(황정민) 등은 1회에서 곁가지 이야기로 삽입돼 원작 '송곳' 1권에서 보여주지 않은 에피소드를 예고했다.

또 자칫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한영실(백현주), 김정미(이정은), 황정민 등 판매 직원들의 캐릭터로 '코믹'하게 전환한 점은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어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이수인과 함께 투쟁하게 될 이들이 어떤 '케미'를 보여주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

원작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은 언제나 딜레마에 직면하곤 한다. 원작을 충실히 따를 것이냐, 새로운 시도로 각색을 할 것이냐. 물론 원작의 팬이라면 원작품을 훼손시키지 않고 충실히 따르기를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각색'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원작 보존은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제작자의 고민인 것.

'송곳'은 1회에서 이 같은 고민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곁가지의 이야기로 새로움을 더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때문에 원작과의 아슬한 줄타기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앞으로 이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시켜 나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각색을 더하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는 그대로 가져오고, 또 '송곳'이 가진 사회적 문제와 메시지를 설파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JTBC '송곳'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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