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유은영 기자] 코드 네임 엉클(UNCLE).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 핵폭탄으로 세상을 위협하는 나치 잔당에게 맞서기 위해 미국 CIA 요원 솔로(헨리 카빌)와 소련 KGB 요원 일리야(아미 해머)이 한 팀으로 뭉쳤다. 솔로와 일리야는 범죄 조직에 침투할 유일한 열쇠인 독일 과학자를 찾기 위해 그의 딸 개비 텔러(알리시아 비칸데르)와 작전을 펼친다.
자본주의 미국을 상징하는 솔로와 공산주의 소련을 대표하는 일리야의 비밀스러운 공존을 그린 영화 '맨 프롬 UNCLE'은 60년대 미국 첩보물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 국내에서 삼촌, 아저씨쯤으로 해석될 'UNCLE'은 세계 스파이 연합 본부를 의미하는 United Network Command for Law and Enforcement에서 앞글자를 따왔다. 원작에서는 이미 존재하던 단체였지만, 영화에서는 가이 리치 감독만의 상상력으로 이 단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덧붙인다.
엉클의 탄생 과정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두 요원의 우스꽝스러운 호흡이 코미디 요소로 작용한다. 두 사람은 추구하는 이념도, 생활양식 자체도 매우 다른 인물들이다.
솔로는 금고털이 전문, 강도, 장물 취급으로 15년형을 선고받은 범죄자. 특히 농담에 능한 바람둥이지만, 그 능력을 썩힐 수 없었던 CIA에 의해 요원으로 발탁됐다. 반면 일리야는 불같은 성격을 지닌 우직한 군인의 전형적인 표상이다.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사사건건 부딪치며 삐걱 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이들이 벌이는 시비와 비아냥, 오만한 태도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자아낸다.
솔로와 일리야는 일관성 있는 태도로 극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가이 리치 감독은 이들의 감정 흐름을 일관성 있게 끌어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만큼 그들의 감정 흐름도 중요하게 다뤄졌어야 할 부분. 하지만 균형추는 일리야에게 조금 더 기울어져 있고, 당연히 관객도 일리야에게 더욱 몰입하게 된다. 전체적인 균형 감각이 조금은 아쉽다.
솔로의 캐릭터 설정도 새롭지 않다. 솔로는 전형적인 위트가이&플레이보이 스타일의 스파이 캐릭터에 머물러 있다. 또 6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배경이 가져다주는 특별함이 약하다. 두 인물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코믹함 이외의 의미로는 작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를 통해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감독의 시원한 액션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졌다. 베를린 총격전, 항구 추격 장면, 빈티지 오토바이 액션 등은 화려하면서도 대담함을 살렸고, 영화 '007 골드핑거'에 등장했던 1960년형 힐러 UH12E4 헬리콥터의 등장은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28일 개봉.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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