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그리고 일본 야구사에는 길이 남을 치욕스런 패배였다.
한국대표팀은 19일 열린 ‘2015 프리미어 12’ 일본대표팀과의 준결승전에서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9회초 타자 일순하며 4점을 만들어 내 드라마틱한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이날의 승리가 값진 이유는 한일전이라는 것도 있지만, 일본대표팀이 한국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위해 부린 각종 꼼수를 모두 물리친 경기라는 것이 가장 크다.
먼저 일본대표팀은 이번 '프리미어 12' 예선전 중 한일전만 일본으로 배정했다. 이 덕분(?)에 한국대표팀은 삿포로돔에서 일본대표팀과 경기를 치른 후 대만으로 떠났다. 이후 대만에서 남은 조별리그 경기와 8강전을 치른 후 다시 일본으로 가는 이중의 수고를 하게 됐다.
이에 한국대표팀은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모로 피곤한 일정이 돼버렸다. 이런 꼼수를 통해 일본대표팀은 자국민 앞에서 오타니를 앞세워 한국을 격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둘째, 일본대표팀은 한국대표팀과의 준결승 일정을 개최국이라는 명분으로 자기네 입맛대로 바꿨다. 원래대로의 일정이라면 준결승 한일전은 20일이다. 그리고 21일 결승전이 예정돼있다.
하지만 일본대표팀은 자신들이 당연히 준결승전에서 승리할 것이라 예상하고 19일로 강제했다. 이는 하루 휴식 후 20일 열리는 다른 준결승전의 승리팀과 붙는 결승전에서 체력적 우위를 갖겠다는 꼼수였다.
셋째는 둘째의 연장선이다. 일본대표팀은 준결승 경기 전에 무려 '결승전 선발투수'를 발표하는 설레발을 쳤다. 하지만 '설레발은 필패(必敗)'라는 농담은 진담이 됐다. 한국대표팀은 일본대표팀의 결승전 예고 선발투수를 3-4위전 선발투수로 바꿔놨다.
넷째, 일본대표팀의 에이스인 오타니는 한일전 예선 첫 경기 등판 후 무려 11일을 휴식했다. 그리고 다시 등판한 경기가 준결승 한일전이다. 에이스를 열흘 이상 쉬게 하고 특정 경기에만 내보내는 건 그 의도가 명백하다.
다섯째는 한국대표팀에게 대만에서 일본으로 이동시 새벽 시간이 배정 됐다는 것이다. 한국대표팀이 일본에 도착한 시간은 경기 전날 새벽 5시다. 컨디션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
여섯째, 일본대표팀은 한일전 준결승전에 자국 심판을 배치하는 상식 밖의 행동을 저질렀다. 국제대회에서는 공정한 판정을 위해 경기를 치르는 두 국가 출신의 심판을 배제한다. 이는 야구 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주심처럼 막강한 자리는 아닌 좌선심 자리라지만 이는 있을 수 없는 초유의 사태임이 분명하다. 페어와 파울을 구분하는 위치의 좌선심은 장타가 나올 수 있는 코스를 맡고 있기에 단 한 번의 판정으로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위치다.
이처럼 일본대표팀은 한국대표팀을 다시 꺾기 위해 몰상식한 시나리오를 계획했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은 9회초 대역전극과 9회말 ‘이닝 삭제’를 통해 일본대표팀의 시나리오를 불살라버렸다.
국민들에게 ‘핵사이다’ 같은 승리를 전한 한국대표팀 선수 및 코칭스태프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SBS '프리미어 12' 중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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