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있어요 지진희 최진언
[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배우 지진희의 30대 시절 대표작은 누가 뭐라해도 드라마 '대장금'이다. 그는 민정훈이라는 인물로 장금이(이영애)를 사랑하게 되며 그로 인해 여러번 죽을 위기에도 처하지만 언제나 변치 않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의 이상형에 꼽힐 정도로 '로맨스남'에 뽑힐 정도였던 지진희가 40대가 된 현재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에서는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먹는 최진언이라는 남자로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는 작품으로,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한 인생 리셋 스토리를 그린다.
극중 지진희는 천년제약의 외아들로 과거에는 도해강(김현주)에게 올인할 만큼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던 인물 최진언을 연기 중이다. 하지만 그는 해강이 천년제약의 며느리가 되고부터 급속도로 변해가자 그녀에게 정이 떨어진다. 이후 해강과 닮은 대학원 후배 강설리(박한별)에게 흔들리고, 설리를 통해 과거의 아내를 떠올리게 된다.
이에 지진희는 7일 서울 강남 진진바라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 진언과 설리와의 관계는 바람피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진언은 지치고 지친 상태에서 어딘가에 기댔는데 마침 거기에 설리가 있었던 것"이라며 "설리 또한 순수하게 진언을 사랑했기에 지금의 진언은 설리한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진희 생각에 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은 30대와 그 이상이다. 이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드라마 속 내용은 주변에서 들어봄직한 일들이기에 조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상황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진언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연기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연기자와 스태프들의 몫이다.
최진언이라는 캐릭터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한 번씩 겪을만한 사건을 동시 다발적으로 겪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감정기복도 극과 극으로 조절해야하는 난이도 높은 연기가 필요하다.
지진희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김현주에게 고맙다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극의 주요 배우들인 지진희, '김현주', 박한별, 이규한은 모두 김현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이에 김현주는 사랑도 주고 모질게도 구는 등 도해강과 독고용기 1인 2역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지진희는 이에 반응해 감정선을 연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김현주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그간 지진희는 드라마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선하고 다정한 '로맨스남'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애인있어요'에서는 불륜남으로 변하게 됐다. 부담스러워 할 법 하지만 지진희는 오히려 선한 이미지의 덕을 봤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 같은 반전 모습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 이미지가 많은 도움이 됐죠. 아마 작가님과 감독님이 이런 면을 염두에 두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게 적극적으로 섭외 요청을 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요. 누가 봐도 뻔한 불륜을 싫었지만 그렇지 않도록 감독님과 작가님이 잘 만들고 잘 풀어내신 것 같아요. 또 현주씨와 많은 이야기도 나눴고요. 이런 것이 충분히 재밌게 이끌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였죠"
하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 최진언은 밉다. 그리고 못됐다. 그래서 지진희는 식당 같은 곳에 가면 거친 욕설을 듣기도 한다. 이날 아침에도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주민에게 잘 보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영 좋지 않은 눈빛을 받았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렇다면 지진희가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는 최진언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진언이 같은 놈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이라면 대부분 싫어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진희는 피해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하지만 진언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캐릭터라 더욱 싫어한다고.
이에 대해 그는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변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도해강이라는 한 여자에 대한 깊은 사랑 때문이다"며 진언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전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설리는 안타깝다. 이에 지진희는 "박한별 볼 때마다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현실에서는 사실 그럴 필요 없지만 촬영하면서 감정이 올라오다보니 마음이 그렇게 된다"며 박한별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전했다.
'애인있어요'의 시청률은 7% 안팎으로 다소 기대에 못미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다른 경쟁 주말드라마보다 뜨겁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진희는 주 시청자층의 상황상 '본방사수'가 여의치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 분들이 집에 가만히 앉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30대 이상이다보니 사회생활도 있고 육아 문제도 있다"며 "대신 본방을 못보시면 찾아보고, 돌려보고, 휴대폰으로 보시고 하시니 반응은 뜨거운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청률에 대해 배우진과 제작진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현장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 보는 분들을 위해 더욱 즐겁고 재밌게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고민중이다. 또 지진희는 "내년부터 시청률 조사 방식이 바뀐다고 하더라. TV뿐 아니라 휴대폰 등 여러 플랫폼 집계로. 그때를 기대해 보겠다"며 웃음을 안겼다.
또 지진희는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현주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1인 2역, 3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요. 그리고 김현주 씨가 거기에 들어가고요. 그래서 캐스팅은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현주 씨의 장점은 상대 배우까지 생각해 끌고가는 힘을 가졌다는 거에요. 상대역 입장에서는 고맙죠. 보통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 하는데 이런 부분을 신경써주니까요. 굉장히 영리한 배우에요.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지진희는 이런 멜로 드라마를 계속 하고 싶다. 현재 최진언은 지금 지진희의 나이대와 맞는 역할이다. 이에 그는 "지금 나이대에 맞는 역할에 감사하지만 앞으로도 나이들면 또 그 나이대에 맞는 멜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이어 "더 늙기 전에 액션도 해보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도 욕심난다"며 나름 작은(?) 소망도 드러냈다.
지진희의 30대는 '대장금'으로 대표할 수 있다. 그럼 40대는 어떤 작품이 지진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아직 40대가 끝나지 않아서 확답은 못하겠네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애인있어요'가 저의 40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30대 '대장금'은 이병훈 감독님이 하라고 하셔서 한 느낌이 있지만 이번에는 현주 씨와 감독님,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능동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어요. 대본을 보면 한 번에 이해가 잘 안 가서 여러번 읽게 되고 그러다보니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죠. '대장금'이 저를 알린 드라마라면 '애인있어요'는 제가 가장 힘을 써서 연기하는 드라마입니다"
사진=비에스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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