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홀로 기차를 탄다면, 아리따운 여자 또는 멋있는 남자가 남은 한 자리를 채워주길 꿈꾼다. 그 판타지가 이뤄졌다. 부산행 KTX에서 옆자리에 앉은 이가 바로 유연석이니까. 그런데 앉자마자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고 첫 마디를 날린다. 14일 개봉된 조규장 감독의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문채원은 극 중 유연석이 추파를 던지는 수정을 연기했다. 이 같은 영화 속 상황에 문채원은 “너무 자신 있는 사람은 별로”라며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고 싶어요’라고 했으면 모르겠는데, 첫 멘트가 너무 과했다”고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날의 분위기’는 원나잇을 소재로 삼았다. 부산행 KTX에서 처음 만난 수정과 재현(유연석)이 원나잇을 두고 티격태격, 아옹다옹한다. 그러면서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고, 단순한 원나잇을 넘어 ‘사랑’이라는 감정이 슬그머니 둘 사이를 채운다.
문채원은 “하룻밤을 보내느냐를 주제로 만든 영화 중 가장 착한 것 같다”면서 “다소 심심할 수도 있는데 제목처럼 서정적이고,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냈다. 그게 좋은 점”이라고 자랑했다. 물론 현실에서 문채원이었다면 “슬그머니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새침한 웃음을 짓는다.
실제로도 원나잇은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그녀는 “오늘이 아니라 매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원나잇이 좋은지를 물으면 답하긴 어렵지만, 가능한 얘기니까 영화로 나오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현실의 문채원은 원나잇과 거리가 먼 가랑비에 옷 젖는 연애 스타일. “한방에 ‘KO’ 되진 않는다. 한두 번 만나보고 어찌 아나”라고 연애관을 건넸다. 지금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상태. 머리카락 한 올 안 움직인다는 게 그녀의 답변이다.
애초 ‘그날의 분위기’는 지금보다 좀 더 자극적이고, 섹시했다. 대사도 더 과감했다. 문채원은 “제목이 맘에 들어 열었는데, 덮고 나서는 제목과 매치가 잘 안 됐다. 그게 제목대로 다듬어졌다”며 “초고는 ‘연애의 목적’이 젊은 세대로 내려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캐릭터의 끌림은 덜 했다. 전작 ‘오늘의 연애’의 현우와 달리 수정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였던 것. 또 이승기와 유연석, 상대 배우가 주는 느낌도 달랐다. 흥미롭게도 ‘오늘의 연애’에선 극 중에서도 친구였고, 실제로도 친구다. 반면 이번에는 극 중에서도 처음 보는 상대고, 실제로도 그렇다.
문채원은 “친분이 두텁진 않았지만 아는 친구였고, 아무래도 조금 더 편안한 게 있었다”고 기억했다. 유연석에 대해서는 “작품을 통해서나 사석에서 처음 본 사람이고, 역할 적으로도 팽팽한 관계다 보니 말도 늦게 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오빠는 아무래도 영화작업을 많이 했고, 현장의 힘을 믿는 게 있었다”며 “그게 적절히 융화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1년 전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를 선보인 그녀는 다시 한 번 로맨틱 코미디로 대중을 만나게 됐다.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선택할 게 많지 않다고 하소연이다.
“정말 많진 않아요. 로맨틱 코미디는 사실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또 이거에요. 사람이 참 간사하죠. (웃음)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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