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명장면①, 모두가 나누고 나눴던 88년도의 情

입력 : 2016-01-17 11: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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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매주 금요일, 토요일 저녁마다 우리를 38년 전 시절로 되돌려 보낸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막을 내렸다. 공중파 못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를 몰고왔던 '응팔'인만큼 시청자들의 가슴에 남는 명장면들을 여럿 만들어냈다.
 
특히 가족과 이웃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만큼 그리운 과거의 '정'을 많이 그려내 시청자들로 하여금 추억을 다시 꺼내게 했다. 그 중 가장 그리웠던 순간을 그린 장면을 꼽아봤다.

 
1. 돌고 도는 새 반찬 나눠 먹기
 
'응팔'의 시작은 쌍문동 골목의 네 집이 저녁 반찬을 나눠 먹는 장면이었다. 정환(류준열)이네 저녁식사 시간에 밥이 없자 미란(라미란)은 아들에게 샐러드 한 접시를 안겨주고 아랫집에 밥 한 공기를 얻어오라 한다.
 
아랫집 덕선(혜리)네는 정환이에게 깍두기를 들려준다. 집에 돌아간 정환이는 불고기를 들고 다시 선우네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다 정환은 카레를 들고 온 선우(고경표)와 마주쳤다.
 
이번에는 덕선이가 정환이네 상추를 들고 갔다가 김을 얻어온다. 이렇게 집끼리 돌고 돌다보니 엄마가 안 계시는 택이(박보검)네의 단촐한 식탁이 풍성해졌다.
 
결국 덕선, 정환, 선우, 동룡(이동휘)은 골목 한 가운데 반찬 하나씩 들고 동시에 마주치게 됐다. 정환은 "이럴거면 다 같이 먹어, 이씨"라고 소리쳐 웃음을 안겼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나누는 게 당연했던 그 시절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2. 눈치 빠른 '치타 여사' 라미란
 
쌍문고와 쌍문여고의 수학여행 전 날, 덕선 엄마 일화(이일화)는 덕선이의 수학 여행 용돈이 없어 애를 태웠다. 급할 때마다 신세 져 온 윗집 미란이네 돈을 빌리러 갔지만 미안한 마음에 결국 말도 못 꺼내고 다시 집에 돌아왔다.
 
그 날 밤, 미란은 덕선이네로 내려가 친정에서 옥수수를 보냈다며 일화에게 한가득 안겨줬다. 그리고 일화는 바구니 안쪽에 미란이 끼워둔 봉투를 발견했다.
 
봉투 속에는 '덕선이도 내일 수학여행 가지? 용돈에 보태. 정봉이 엄마'라는 편지와 함께 만원짜리 몇 장이 들어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제 자식처럼 세심하게 챙겨주는 미란의 모습이 뭉클함을 안겼다.
 
3.자기 발에 피 나는 줄도 모르고 딸을 감싸는 엄마
 
학생 운동 하느라 경찰에 수배된 보라(류혜영)는 비오는 한 밤 중에 사복경찰에 쫓겼다. 보라가 잡혀가 큰 일이 생길까 겁이 난 일화는 딸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발가락에 피가 나고 만다.
 
결국 보라가 경찰에 잡혀가기 직전에 딸을 찾은 일화는 피가 나는 것도 모른 채 비를 홀딱 맞아가며 속절없이 계속 보라가 얼마나 착한 딸인지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정신 없던 보라는 그제서야 엄마의 피나는 발을 보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하다 이렇게 됐는지 떠올렸다. 자기 몸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자식 걱정이 가장 먼저의 우리네 엄마의 모습이었다.
 
4. 6살 꼬마를 위해 뭉친 쌍문동 골목 어른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반상회를 가진 쌍문동에 위기가 닥쳤다. 바로 동네의 6살짜리 막내 진주(김설)가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게 된 것. 평상시 눈사람이 갖고 싶다고 했던 진주의 말을 되새긴 어른들은 얼음으로 눈사람을 하룻밤만에 뚝딱 만들어냈다.
 
동일(성동일)은 눈사람이 완성된 후 "아따, 쥐방울만한 가시내 때문에 어른들이 이게 뭔 쌩고생이데, 이게"라며 푸념했지만 어른들 모두 뿌듯함에 미소 한가득 지어보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밤새 따뜻해진 날씨에 얼음 눈사람은 다 녹아내렸고 어른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집에서 나온 선우는 "눈사람 둘리슈퍼에서 팔아요. 진주가 아이스크림을 눈사람이라고 하잖아요"라며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동네 꼬마의 작은 소원에도 열 명이 넘는 골목 어른들이 머리를 맞댄 모습이 훈훈한 미소를 자아냈다.
 
5. 돌아가서 간병인을 자처하는 동네 사람들
 
동일은 술 한 잔 하자며 봉황당을 찾았다가 쓰러져 있는 무성(최무성)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긴다. 덕분에 무성은 목숨을 건졌지만 아내도 없고 아들 택이도 바쁜 덕분에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이에 동네 사람들이 팔을 걷어부쳤다. 이들은 무성이 언제 금식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지, 어떤 음식이 맞고 안 맞는지 다 미리 알고 음식을 해 간다. 또 각자 시간을 내 돌아가며 간병을 보기 시작했다.
 
무성은 선영에게 "동네 사람들 아니었으면 나 진작 죽었다. 신세도 지고, 폐도 끼치고 미안한데 이제 신경 안쓸라고. 나도 살면서 그 사람들한테 신세 갚을 날 안 있겠나"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언젠가 은혜를 갚을 것을 이야기했다.
 
가족 아니면 알기 힘든 세세한 증상과 식단까지 공유하는 등 최근 좀처럼 보기 힘든 이웃간의 정을 보이며 당시를 그립게 했다.
 

6. 모두가 함께하는 리마인드 웨딩 & 정년 퇴임식
 
아들만 둘인 '치타여사' 라미란은 살가운 덕선이가 있는 아랫집을 항상 부러워했다. 이에 둘째 아들 정환은 생일에 갱년기까지 온 엄마 라미란을 위해 하루 동안 둘째 딸로 변신했다.
 
동룡의 도움을 받은 정환은 동룡의 식당에서 일을 꾸몄다. 그는 쌍문동 사람들에 택이 기원 사람들까지 모두 모일 수 있는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정환은 부모님의 깜짝 리마인드 웨딩을 준비해 미란의 눈물샘을 터트렸다.
 
이와 함께 덕선이네는 명예퇴직을 당해 우울한 동일을 위해 가족들만의 퇴임식을 따로 마련했다.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간 가장으로서 힘들었던 동일을 위로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처럼 쌍문동 골목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기쁨을 나눠 두 배로 키우고, 퇴임이라는 슬픔을 나눠 절반으로 줄이는 등 마지막까지 훈훈함을 자아냈다.
 
②에 계속...
 
사진=tvN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쳐, 홈페이지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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