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게임동호회에서 맺은 인연, '드래곤플라이트' 성공신화로…"

입력 : 2016-01-19 09: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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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기업 '넥스트플로어' 김민규 대표-김석현 디렉터

원조 국민게임 '드래곤플라이트' 신화를 일군 넥스트플로어 김석현 디렉터(좌)와 김민규 대표. 이 둘은 십여년 전 PC통신 나우누리 게임동호회에서 처음 만났다.

[비에스투데이 류세나 기자] "저희 인연이요? PC통신 나우누리 게임동호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웃음) 그 때가 제 나이 19살, 지금 제 옆에 있는 김석현 디렉터는 23살이었어요. 돈도, 배경도 없었지만 게임에 대한 열정만은 최고였죠."
 
원조 국민게임 '드래곤플라이트'의 개발자 김민규 넥스트플로어 대표(34)와 이 회사 김석현 디렉터(38)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넥스트플로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모바일 슈팅RPG '엘브리사'의 원형도 이 모임에서 만들어졌다.
 
이렇게 맺은 두 사람의 인연은 취업 이후로도 이어졌다. 2000년 중반 게임개발사 펜타비전에서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아티스트로 다시 만난 김민규 대표와 김석현 디렉터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진 것처럼 때마침 각각 담당하고 있던 프로젝트도 무산됐다. 둘은 회사를 나왔다.
  
이들은 한 달에 몇 천만 원의 수익만 내보자는 심정으로 모바일게임 개발에 의기투합했다. 애플 앱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이제 막 높아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펜타비전에서 함께 일하던 또 다른 2명의 멤버도 개인시간을 할애해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좌)와 김석현 디렉터.
김석현 디렉터는 "몇 천만 원은 커녕 몇 십만 원의 매출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면서 "그 때 민규는 게임 외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코딩을 했었고, 나는 그래픽 학원에서 강사생활을 하면서 짬짬이 작업을 이어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작업실도 없었다. 네 명 모두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만들었다. 커뮤니티 게시판을 활용해 아이디어 개진과 개발 진척사항을 공유하고, 채팅으로 의사소통을 이어 나가는 식이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하나의 꿈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드래곤플라이트' 이전에 내놓았던 3개의 게임은 줄줄이 망했다.
 
김민규 대표는 "정말 힘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다"면서 "3번째 게임인 '이즈러너'를 만들고 있을 때였는데, 너무 힘들었는지 입이 돌아가 고생을 했던 적도 있다"고 고됐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게임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새벽 6시에 자고, 끼니는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우는 일이 반복됐다"면서 "앞선 게임들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조바심이 많이 났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 디렉터 또한 "그렇게 8개월간 고생고생해가면 만들었는데 결국 그 게임 역시 실패했다"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 알바로 생활비·개발비 충당…제대로 못 먹고, 못 자 입 돌아가기도
 
암흑 같았던 그 때, 한 줄기 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이즈러너'를 개발하고 있던 중 김석현 디렉터가 아이디어 게시판에 그림판으로 그린 2장의 스케치를 올렸다. 그림판으로 급하게 작업한 스케치라 완성도도 떨어지는데다가, 일반 사람들이 보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쉽사리 알아채기 어려워 보인다.
 
이 스케치가 바로 현재의 '드래곤플라이트' 개발을 시작하게 된 뼈대가 됐다. 
 
'드래곤플라이트'의 개발은 김석현 디렉터가 그린 스케치 두 장으로 시작했다.
김 대표는 "사실 그 때만해도 이 게임이 잘 될 것이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면서 "단지 빨리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드래곤플라이트'는 기획에서 개발까지 단 3주라는 시간이 소요됐고, 론칭 이후엔 당초 목표로 했던 수 천만 원의 매출도 가져다줬다.
 
김 디렉터는 론칭 초반 애플 앱스토어에서 단 4시간이었지만 무료게임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던 순간을 여전히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던 한(限)을 풀기 위해 4명의 창업멤버가 모여 프랜차이즈 뷔페를 찾았던 일화도 털어놨다.
 
이후 이 게임은 카카오게임하기 버전으로 재탄생, 동시접속자 수 850만명, 2천300만 건이라는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원조 국민게임 타이틀을 달기에 이른다. '드래곤플라이트'는 카카오 버전 론칭 3년 반이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50위권을 유지,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 넥스트플로어의 경쟁력은 '사람'…"함께 만드는 게임 만들 것" 

물론 부침도 있었다. '드래곤플라이트' 인기가 현재까지 유지되면서 매출 면에서의 고전은 피했지만, 이 게임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는 적잖은 압박을 느꼈다. 창업 4년여 만에 직원 숫자가 4명에서 120여명으로 규모로 확대, 이에 따른 책임감은 결코 작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회사 덩치가 커지면서 매출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더라"면서도 "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처음의 목표에는 절대 변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좋은 게임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은 게 우리의 바람"이라며 "단순한 퍼블리싱을 넘어 공동개발 형태에 가까운 신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고 그 첫 번째 타이틀이 '크리스탈하츠'"라고 덧붙였다.
 
넥스트플로어는 초기 개발 단계에 있는 우수 게임을 발굴, 여기에 넥스트플로어가 보유하고 있는 서버, 게임운영 등 노하우를 접목한 모습으로 시장에 게임 타이틀을 선보여 나갈 예정이다. 파트너사들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의 자금도 투자된 상태다.
 
현재 DMK팩토리의 '크리스탈하츠',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개발중인 '데스티니차일드',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한 '프로젝트K' 등 3종의 협력 타이틀을 준비중이다.
 
이 외에도 넥스트플로어의 인디정신이 녹아있는 독립개발실 '지하연구소'에서 개발중인 플레이스테이션4 타이틀 '키도'를 비롯해 RPG장르의 신작게임 등 다수의 프로젝트가 내부에서 담금질을 거치고 있다.
 
"회사에 있어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사람'입니다. 직원들에게 회사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지하연구소라는 하나의 일탈 구역을 제공하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이고, 이러한 인디정신이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넥스트플로어는 앞으로도 게임을 만드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디렉터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그게 넥스트플로어만의 색깔이기도하고요.(웃음)"
 
한편, 넥스트플로어는 올해 일본지사를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설 방침이다. 한국에서 론칭한 기존 넥스트플로어표 게임들을 시작으로, 퍼블리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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