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 종영까지 5회를 남겨둔 가운데,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고구마를 잔뜩 먹여왔던 이야기 흐름이 뻥 뚫릴 것을 예고했다.
3일 방송된 '리멤버'에서는 두 가지의 큰 사건이 터졌다. 하나는 안수범(이시언)의 남규만(남궁민) 배신, 다른 하나는 탁영진(송영규) 검사의 일호그룹 합류다.
두 사건은 남일호(한진희) 회장과 남규만(남궁민) 사장에게 나쁘게, 그리고 좋게 작용할 수 있는 개별적인 사건이지만 하나의 흐름을 타고 있다. 바로 일호그룹을 향한 처벌의 손길이라는 것.
안수범은 남규만의 개인비서다. 말이 좋아 비서지, 남규만의 말을 빌리자면 "내 밑이나 닦는" 수준의 업무다.
그동안 남규만은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인격 모독 같은 건 기본이며 드라마의 출발점이 된 서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진범, 재벌 후손들의 마약파티 주동자, 강간 및 폭행, 각종 악행을 덮기 위한 매수와 살인 의뢰 등 셀 수 없다.
그때마다 안수범은 피해자들에게 돈을 쥐어주거나 자신이 대신 뒤집어 쓰는 등 남규만의 뒤치닥거리를 해왔다. 그 와중에도 남규만은 고등학교 동창인 안수범을 인격적으로 비하해왔다.
하지만 안수범은 서촌 살인 사건의 결정적 증거이자 살해 도구였던 와인 오프너를 남규만 몰래 보관해왔다. 즉 안수범은 남규만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태.
특히 이날 방송에서 안수범은 서진우(유승호)의 설득 끝에 강석규(김진우) 판사를 찾아가 문제의 와인 오프너를 건넨다. 본격적으로 남규만의 악행을 처벌하기 위한 첫 걸음을 뗀 셈이다.
이 장면은 그동안 답답했던 전개를 한 방에 쓸어내리는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부작 드라마에서 11회까지 서진우는 온갖 배신을 당하며 온전히 당하기만 했다. 이후로는 곽 형사(이영웅)의 변절, 미소전자 승소 등 작은 승리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답답함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부족했다.
특히 모든 악의 근원인 남궁민을 향해 바늘 하나도 찔러 보지 못한 상태. 그런 와중에 안수범이 드디어 칼을 빼든 것이다.
이렇게 안수범이 본격적으로 행보를 시작했다면 탁 검사의 행동은 향후 복선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 탁 검사는 현재 일호로펌의 홍무석(엄효섭) 변호사가 검사로 있을 때부터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탁 검사는 수십년간 일호그룹의 뒤를 봐줬던 당시 홍 검사와 부딪히며 일호그룹 처단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그랬던 그에게 박동호(박성웅)와 서진우는 오랜 기간 공들여 모은 일호그룹과 남규만의 악행이 담긴 증거자료를 넘기며 기소를 부탁했다.
하지만 이날 탁 검사는 증거들을 들고 남일호 회장을 찾아갔다. 그는 이를 '선물'이라며 건네고 "회장님의 동앗줄을 잡으러 왔다"며 일호그룹의 날개를 달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이렇게 탁 검사의 배신이라는 고구마 한 박스가 추가되는 모양새지만, 이는 안수범과 다르게 차후 일호그룹을 처단할 복선일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먼저 탁 검사는 초반부터 꾸준히 일호그룹에 대한 증오를 품어왔다. 직전 방송이었던 14회에서조차 남일호의 섭외를 "역겹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과거 탁 검사는 박동호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가진 일호그룹 내부의 자료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박동호는 결국 일호로펌을 뛰쳐 나왔다. 이 행동은 '사이다' 같긴 했지만, 일호그룹 내 유일한 내부 스파이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탁 검사는 스스로 자신이 '내부자'가 되기로 선택했을 수 있다. '선물'들은 그동안 자신이 보였던 일호그룹을 향한 혐오를 감추기 위한 밑밥일 가능성이 있다.
또 탁 검사의 일호그룹 합류 시기도 그렇다. 탁 검사는 일호그룹이 겪고 있는 법적인 문제들을 알고, 그에 대한 증거자료가 존재한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이는 그가 일호그룹의 생명줄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드러나진 않았으나 점차 일호그룹이 무너져가는 시점에 합류한다는 것이 수상한 부분이다. 특히 홍 변호사는 탁 검사의 합류를 매우 꺼려하고 경계하고 있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안수범의 일과 탁영진 검사의 일은 현재로서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동시에 일호그룹과 남규만이 무너지는 데 일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진우의 무기가 점차 퇴색해가고 있는 지금, '사이다' 전개의 키는 안수범과 탁 검사에게 넘어갔다. 남은 5회 동안의 전개가 통쾌함을 안겨주길 기대해본다.
사진=SBS '리멤버' 방송 캡쳐
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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