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상류사회에 진입한 여자의 복수를 다룬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이 험난한 인생의 마지막을 보여주며 종영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화려한 유혹’ 마지막 회는 어린 시절부터 의도치 않게 여러 사건에 휘말린 한 여자 신은수(최강희)와 주위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신은수는 남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 또 어린 시절 자신의 집안을 망가트린 강석현(정진영)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상처입힌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상류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인생 바닥까지 추락하기도 했던 그녀는 결국 모든 사건의 배후를 알게 됐고, 그들의 죄를 물으며 새 인생을 살게 됐다.
이처럼 ‘화려한 유혹’은 권선징악형 드라마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 메시지를 줄곧 안고 왔다.
■ 모든 인물이 욕망을 쫓았다
‘화려한 유혹’에는 특별히 선한 사람도, 특별히 악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 자신의 욕망을 쫓았고, 그 욕망의 크기가 서로 달랐을 뿐이다. 신은수를 비롯해 진형우(주상욱), 강일주(차예련), 강석현, 권수명(김창완) 등은 모두 마음 속에 각기 다른 욕망을 품고 있었다.
신은수는 남편의 죽음을 밝히겠다는, 그리고 자신을 나락으로 빠트린 사람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욕망을 품었다. 진형우는 강일주를 이용해 자신의 아버지 죽음에 대한 비밀을 밝히고, 또 강석현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다.
복수를 꿈꿔왔던 신은수 진형우와는 달리 강일주는 사랑하는 남자, 진형우 하나를 얻고자 했다. 그랬기 때문에 진형우가 사랑했던 신은수를 미워했고, 비자금 조성 문건을 은수의 가방에 넣어 그녀의 집안을 풍비박산 나게 만들기도 했다. 또 다시 나타난 신은수를 방해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일삼았다. 이는 단순히 진형우라는 남자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욕망과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강석현과 권수명이다. 강석현은 국회의원 그리고 총리까지 역임한 사람으로 모든 사건의 시초가 되는 비장금 장부를 조성하고, 또 그렇게 권력의 핵심으로 살아왔다. 이 때문에 진형우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 권수명 또한 권력과 돈에 집착한 사람. 강석현의 비자금 장부를 얻고자 신은수에게 의도적으로 홍명호(이재윤)를 접근시킨다.
이외에도 한영애(나영희) 권무혁(김호진) 강일도(김법래) 이세영(박정아) 역시 나름대로의 욕망을 쫓았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악행을 일삼기도, 다른 이를 상처주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결국 ‘화려한 유혹’을 이끌었던 힘은 욕망이다.
■ 가장 불쌍한 캐릭터, 신은수와 주형우
모든 인물이 욕망을 쫓았다고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자신들의 인생을 송두리 째로 흔들린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신은수와 주형우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시작된 강석현 집안과의 인연으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채 뒤흔들렸다. 고향을 버리고 도망쳐 나와 나름의 행복한 삶을 찾았으나 그마저도 다른 사람의 설계에 의한 것이었다. 강석현 집안에 들어가게 된 것도, 그와 결혼하게 된 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지배당한 결과물이다. 진형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머니를 위해 강일주 옆에서 그녀를 사랑하는 척 해야 했고, 강석현을 몰락시키기 위해 그가 원했던 삶이 아닌 보좌관이 돼야 했다.
이처럼 타인에게 온전히 지배당한 삶을 살았던, 우리와 가장 닮은 약한 인물들의 등장은 권선징악이라는 메시지를 그대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 결국 이들은 뒤틀린 자신들의 삶을 바로잡진 못했지만, 20여년에 걸친 악연을 끊어내면서 행복을 오롯이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화려한 유혹’은 단순하지만은 않은 인물들을 선보였다. 고난과 좌절, 또 욕망으로 점철된 인물들의 삶은 권선징악 외에도 또 다른 의미들을 부여했다. 욕망을 쫓는 모든 이들은 선과 악, 구분 없이 뒤엉켜 있다는 것. 결국 자신의 욕망을 쫓았던 것뿐인데 그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이는 신은수의 대사에서 드러난다.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선함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내 마음 속 선악의 전쟁은 영원히 승자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꽃이 피고, 태양이 작렬하고, 낙엽이 지고, 함박눈이 내 마음속 죄를 덮는다 한들 내 삶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을 절반도 살지 않은 짧은 순간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사진=MBC '화려한 유혹' 방송 캡처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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