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은 ‘천추태후’(2009), ‘메이퀸’(2012), ‘황금무지개’(2013) 등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손영목 작가의 작품이다. 손영목 작가는 ‘메이퀸’부터 시작해 ‘황금 무지개’, 그리고 이번 ‘화려한 유혹’까지 차이영 작가와 함께 작업했다.
이번 작품은 손영목, 차이영의 ‘막장드라마’ 인생에서 새로운 ‘웰메이드 심리극’으로 호평 받았다. 욕망을 쫓는 사람들과 그들에 의해 인생이 뒤틀린 한 여자의 복수를 다룬다는 통속적인 소재였지만 섬세한 심리묘사와 촘촘한 짜임새를 50부작 안에서 밀도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두 사람의 전작인 ‘황금 무지개’ ‘메이퀸’과는 차별화된 지점이다. 우선 ‘메이퀸’ ‘황금무지개’의 큰 줄기로 작용했던 출생의 비밀로 엇갈리게 된 운명을 설정하지 않았다. ‘메이퀸’에서는 주인공 차해주(한지혜)가 가진 출생의 비밀에 집중했다. 차해주는 윤학수(선우재덕)의 친딸이었지만, 장도현(이덕화)이 그녀의 아버지를 죽이고 차해주의 친어머니인 이금희(양미경)과 재혼했다. 천해주는 죽을 위기에서 천홍철(안내상)을 만나 그의 딸로 자랐다.
‘황금 무지개’에서도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주인공 김백원(유이)는 사실 황금수산의 상속녀이자 윤영혜(도지원)의 친딸이라는 설정. 하지만 욕망에 눈이 멀었던 김천원(차예련)은 자신이 윤영혜의 딸이라고 속이며 갈등을 주도했었다.
이처럼 두 작품은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원수 자식과의 사랑, 지독한 시부모 등 막장드라마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춰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작품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메이퀸’에 비해 ‘황금 무지개’에서는 막장요소들을 초반에 전부 공개했다는 점이다. ‘황금 무지개’는 ‘메이퀸’의 논란을 덮으려는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초반에 모든 설정을 공개하며 갈수록 뻔하다는 인상을 떨쳐버리려 했다.
눈여겨 볼 점은 ‘화려한 유혹’ 또한 막장드라마라고 볼 수 있는 요소들을 고루 갖췄지만, 두 작가의 전작인 ‘메이퀸’ ‘황금 무지개’와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유혹’에서는 여주인공 신은수(최강희)가 복수를 위해 70대 강석현(정진영)과 결혼을 하며 로맨스를 펼치는 등 현실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또 강석현의 친딸인 강일주(차예련) 역시 극 초반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었다. 막장드라마에 즐겨 등장하는 요소들이 포진됐다.
하지만 ‘화려한 유혹’은 인물들의 욕망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뒤따랐고, 70대의 로맨스를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을 하면서 더욱 진화돼 가고 있는 손영목 차이영 두 작가의 다음 작품이 또 막장드라마일지, 아니면 또 어떤 설득력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MBC 제공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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