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국제적 스케일로 완성한 '인터넷소설'(리뷰)

입력 : 2016-03-24 08:05:53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송송 커플’ 송중기 송혜고가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건만, 시청자들은 그들의 사랑 앞에서 더욱 오그라들 뿐이다.
 
지난 23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 9회에서는 휴대폰에 녹음돼 있던 강모연(송혜교)의 고백 때문에 한바탕 시끌벅적한 하루가 지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를 통해 유시진(송중기)은 강모연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됐고, 그녀로부터 직접적인 고백을 듣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유시진이 강모연으로부터 고백을 듣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방송을 통한 공개 고백 직후부터 강모연은 도망치기 바빴다. 그러던 중 강모연은 윤명주(김지원)에게 위험한 일에 나서는 서대영(진구)이 신경쓰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윤명주는 “전 그 사람이 하는 일보다 그 사람과 떨어져 있는게 더 무섭습니다”라며 “그래서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지금은 무서울게 없습니다. 쉽게 말해 뵈는게 없다는 말이죠”라고 답했다. 그리고 결국 강모연은 유시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서로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있다. 차를 타고 움직이던 두 사람은 지뢰밭으로 굴러 떨어지게 된 것. 유시진의 설명에 따르면 “지진 때문에 지뢰들이 흘러 들어온 것”이다.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째서 우리의 주인공들은 지뢰밭에서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확인해야만 했을까.
 
또 김은숙 작가의 장기로도 여겨졌던 톡톡 튀는 대사들이 신선함을 넘어 조금씩 ‘유치’하게 다가오고 있다. 방송 말미 홍역을 앓고 있는 아이를 따라 한 마을로 가게 된 유시진과 강모연은 그 곳에서 아구스(데이비드 맥기니스)를 만나게 됐다. 아구스는와 유시진은 과거 인연이 있었다. 아구스는 미 특전부대 델타포스의 캡틴이었으며, 유시진은 중위시절 적군의 포로로 잡혀 있던 아구스를 구하고 당시 팀장을 잃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유시진이 아구스와 총을 겨누며 대립하고 있던 상황에서 마을의 한 여자아이가 돌연 아구스를 향해 총을 쐈다. 아구스는 배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유시진은 강모연에게 “뭘 망설이냐”며 살리라고 소리쳤다.
 
이 과정에서 강모연은 갈등 했다. 그녀는 “살리지 말까봐요. 그냥 둘까봐요”라며 “내가 이사람을 살리는 건 더 사람을 죽이는 일일지도 모르잖아요”라고 혼란스러워 했고, 유시진은 “살려요. 당신은 의사로서 당신의 일을 해요. 죽여야 할 상황이 생기면 죽이는 건 내가 할 테니까”라고 답했다.
 
이같은 유시진의 대사는 지금까지의 ‘되게 독특하네. 되게 예쁘고’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입 막은 거죠, 아주 야하게’ 등과 유사하다. 화려한 미사어구가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겉멋이 잔뜩 들어가 있는 느낌을 안겨주기 때문.
 
사실은 지뢰밭에 떨어진 상황, 아구스와 대립하는 상황은 아주 위험하다. 그러나 김은숙 작가는 인물들이 그저 사랑을 확인하는, 그럴 듯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들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 또한 하이틴 로맨스 혹은 인터넷소설을 연상케 하는 오글거림을 선사할 뿐이다. 
 
실제로는 그럴 일 없는, 그럴 듯한 상황과 그럴 듯한 대사로 로맨스를 포장하는 여느 인터넷소설과 다를 바 없다. 여주인공을 위해 남주인공은 언제나 흑기사가 되어주고, 또 현실성 떨어지게도 늘 설렘을 선사하는 말만 던지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이는 중국 방영을 위한 의도적 수준 낮춤일까. 아직 7회 분이 남은 상황 속에서 김은숙 작가가 보여줄 나름의 진지한 반전을 기대한다.
 
사진=KBS2 ‘태양의 후예’ 방송 캡처
 
유은영 기자 ey20150101@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