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가 공식 메뉴얼 없이 하청업체가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과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생활화학용품 제조업체 용마산업사에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의뢰했던 것을 파악했다.
 
각각 2004년, 2006년에 의뢰한 두 회사는 당시 시장점유율 70%를 넘던 옥시 제품을 모델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원료 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함량·농도 등 세부 레시피는 용마산업사에 일임했다.
 
용마산업사는 1988년 구두약을 시작으로 유리세척제, 표면광택제 등 세정제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제조 경력은 없었다.
 
용마산업사는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를 중간 유통상으로부터 공급받으면서 '흡입독성 정보 없음'이라 표시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6일 용마산업사 김모 대표를 소환해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김대표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서 시키는 대로 만들었다"고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제조를 의뢰한 두 유통사도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죄가 적용되는지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제품은 사망자 16명 등 모두 41명의 피해자를 냈다.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홈플러스 제품은 사망자 12명을 포함해 28명의 전체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이날 검찰은 홈플러스 법규관리팀 직원 류모씨와 고객서비스팀 직원 이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부르고, 용마산업사에 제조를 의뢰한 경위와 인체 유해성 검사의 필요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사진=롯데마트, 홈플러스 로고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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