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궁극적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공포 장르에서 특출난 실력을 자랑하는 제임스 완 감독의 생각이다. '무서움'만 강조하는 단편적인 공포물이 아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그만의 공포 영화 철학이다.
'컨저링2'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제임스 완 감독은 26일 오후 서울 CGV여의도에서 진행된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그는 평소 자신이 추구하는 공포물에 대한 철학 그리고 자신만의 제작 노하우 등을 아낌 없이 털어놨다.
그에게 '공포'란 고통스러운 감정이 아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어려움을 겪고 힘겨워하지만, 궁극적으로 관객들의 재미를 위한 감정일 뿐이다. 때문에 그는 공포물을 코미디 장르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도 했다.
제임스 완 감독은 "코미디와 공포물은 자매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의 본능적인 것들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공통점을 설명했다.
본능을 자극하는 일은 그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코미디는 웃고, 공포물은 소리를 지르거나 눈을 감는다. 관객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작품을 연출할 때 추구하는 요소는 단순하다. 자신이 무서우면 곧 관객들도 무서울 것이라는 믿음이다.
"제가 만든 공포영화를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는데, 그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아마도 보편성 아닐까요. 내가 무서워하면 남들도 무서워 할 것 같아서 그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 스크린으로 이끌어낸 자신의 '두려움'
공포 영화에서 중요한 건 공포를 유발하게 하는 근원에 있다. 그 근원은 악령 혹은 괴물 등 다양하다. 이런 것들이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는 이를 어떻게 형상화할까.
이에 대해 감독은 "내면에서 시작한다"고 전제한 뒤 "마음 속 근원에서 악몽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생각해본다. 그 두려움을 끄집어 내 영화 속 악령들을 디자인한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완이 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음향이다. 그는 "음향과 시각적인 면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음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소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공포심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능적인 중요성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제임스 완은 "음향은 관객들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 타이밍인지 알려주고, 준비하게 만드는 간접적인 도구이기도 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