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정부는 면세점 규제 완화 등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5년 단위의 사업권을 10년으로 연장하고, 이후에도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자동 갱신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2003년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늘어오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12년 만에 감소했다. 여기에 경제 불황까지 겹치자 정부는 해외관광객 유치, 외화 획득, 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이 같은 면세점 규제 완화책을 마련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국내에서 인력을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산업은 ‘알짜배기’다. 면세점 산업은 관광산업 발전의 핵심 중 하나다.
 
카지노 역시 법적으로 관광산업이자 외화획득용 용역업이다. 또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순수 인적 서비스 산업으로 타 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월등하며 외화가득률(93.7%) 또한 높다.  자원보다 인력이 양적•질적으로 월등한 우리나라에 안성맞춤이다.
 
지난 2월 25일 제주도는 도내 카지노에 대해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고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따르면 도내 8개 카지노는 3년 주기로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고, 양수도 또는 합병 시 사전인가를 받아야한다. 또 카지노 종사원 의무고용제, 전문모집인 등록제, 관광진흥개발기금 부과비율 범위 향상(10%에서 20%로)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이 같은 정책은 관광산업 육성의 기치를 내건 정부의 방향과 완전히 상충된다. 현재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매년 늘고 있지만 그만큼 카지노를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 중 카지노 입장객의 점유율은 2011년 17.3%에서 2014년 10.8%까지 떨어졌다. 올해 역시 감소세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카지노 산업은 과도한 규제보다는 정책적인 육성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외국인 전용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강원랜드나 타 국내 사행산업과 동일한 잣대(3년 단위 적격성 심사)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
 
■ 3년 단위 적격성 심사의 문제점
 
제주도는 카지노가 허가된 영업권에 대한 유효기간이 없어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능함에 따라 3년마다 적격성 심사를 하고, 부적격으로 판정된 업체는 허가권을 취소한다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미 지난 2015년 1월 카지노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으로 행정처분 기준을 대폭 강화시켰다. 각종 위법행위에 대해 3~4단계로 나뉘어졌던 처벌 기준이 2~3단계로 줄었고 처벌 강도 역시 강력해졌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카지노감독과를 설치해 카지노 사업자에 대해 상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강화된 행정처분 기준을 통한 엄정한 통제를 실시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3년 단위 적격성 심사제 도입은 이중•삼중의 과도한 규제로 볼 수 있다. 허가권 박탈 가능성을 염려한 주주들은 카지노 사업에서 이탈하거나 투자 위축 현상을 보일 수 있다. 이는 경영 강화 등 사업 연속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면세점의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워커힐 면세점은 리뉴얼에 1천억 원의 예산을 배정, 700억 원을 집행했지만 면세점 사업자 탈락으로 모두 허사가 됐다. 또 새로운 면세점 사업자는 ‘5년 시한부‘라는 요인 때문에 투자 유인이 떨어졌으며 명품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용불안 문제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제주지역 8개 카지노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종사자는 약 1천700명이다. 하지만 3년 단위 적격성 심사가 도입된다면 이들은 3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이 문제도 면세점 사례로 비춰볼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1천300여 명이다. 이중 고용승계를 보장받은 인원은 본사직원 130여 명 뿐이다. 워커힐 면세점의 경우에는 900명 직원의 고용승계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처럼 이번 개정안은 여러 가지로 문제점만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를 대신해 10년 허가기간에 특별 결격사유가 없으면 허가권이 자동 연장되는 ‘자동 갱신제’를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이는 현행 면세점 제도 이전에 사용됐던 것으로 충분히 효과가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결격사유는 행정처분, 불법행위, 운영능력 상실 등 제주도와 논의 하에 정하면 된다.
 
카지노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안정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과도한 규제보다는 정책적인 지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 관광진흥개발기금 비율 상향, 제주 카지노의 공멸 염려
 
현행 각종 기금의 부과기준을 살펴보면 이익 발생을 전제로 하거나 감면 받는 소득세 중 일부에서 부담케 한다. 타 사행업종인 경마, 경륜 등이 그렇다. 하지만 카지노의 경우 경영 적자 여부와 관계없이 매출액 대비 10% 범위 안에서 기금을 내고 있다.
 
그동안 카지노 사업자들은 카지노 관광객이 줄어들거나 정체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충실하게 기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기금이 과도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져 시설 재투자 등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월 제주카지노영업준칙 개정 고시로 전문 모집인에 부과되는 수수료가 매출로 포함됨에 따라 카지노의 실질적 매출은 변함없는 상태에서 형식적 매출이 상승해 기금 납부 부담도 이미 커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부과 비율 최대 기준을 20%로 높인다는 개정안이 발표됐다. 이는 더욱 심각한 재정부담으로 경쟁력 상실로 연결, 영업수지 악화와 적자 지속이 염려된다. 이 같은 카지노 업계의 경영 부실은 외화획득은 물론 세원 상실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부담금관리기본법 제5조에서 규정한 ‘공정성 확보’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라는 원칙에도 크게 위배된다.
 
2016년 기금 납부예정액은 2015년 매출액의 8.1%다. 여기서 전문 모집인 수수료가 매출에 포함되면 그 비율은 17.1%로 상승한다. 추가로 20%로 기준을 올리면 무려 매출의 32.5%를 기금으로 납부해야한다. 기존의 4배를 넘는다.
 
여기에 외국인카지노는 개별소비세 4.3%와 국세 및 지방세 11%도 납부해야한다. 그렇다면 매출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사업자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조세 부담이며, 제주카지노 산업의 몰락과 이로 인한 1천700여 종사자들의 생존권 문제까지 야기시킨다.
 
이런 많은 문제점 발생이 염려되기 때문에 기금 납부 기준 상향 개정안은 철회되는 것이 옳다.
 
이처럼 이번 제주도가 내놓은 개정안은 사업자에 과도한 부담은 물론 산업 붕괴까지 우려되는 항목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기본권 침해 소지 및 다른 산업, 다른 법안과 형평성에 위배되는 상황도 염려된다. 제주도는 도내 카지노의 투명성 제고와 세원 확보가 목적이라면 개정안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박홍규 /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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