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었던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극악무도함의 끝을 보였던 김갑수였지만, 독기를 품은 박신양에게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30일 방송된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는 검찰총장 청문회에 임하는 신영일(김갑수)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들호(박신양)의 모습이 그려졌다.
자신의 약점인 비자금 명부를 가지고 있는 조들호가 못마땅 했던 신영일. 그는 조들호가 아닌 그의 사무실 식구에게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과거 배대수(박원상)와 황애라(황석정)가 대화그룹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꾸며냈던 행동들을 트집 잡아 긴급체포한 것.
우여곡절 끝에 무혐의로 풀려나긴 했지만, 신영일의 '악함'을 여실히 보여준 행동이었다. 조들호는 신영일에게 "검찰총장 내정자가 되고 날뛰는 꼴을 못보겠다. 끝을 보게 해주겠다"고 경고했지만, 신영일은 "봐줄 만큼 봐줬다. 나서지 말라"며 오히려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 가운데 조들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다. 신영일의 치부였던 차명 계좌의 주인이 돌연 행적을 감춘 것. 이 또한 신영일에 의해 기인됐다. 그는 차명 계좌 주인을 불러 맏아들의 직장 승진을 약속하는 동시에 그를 해외로 출국시켰다.
평소 대담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조들호지만 이 날은 달랐다. 신영일이 검찰총장에 오르며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면, 자신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급했다.
또 조들호는 신영일의 검찰총장 임명 전 마지막 관문인 인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자리할 기회를 얻게 됐지만, 차명 계좌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자금 명부' 만으로는 증거의 힘이 부족했다.
그는 고민을 거듭하던 중 과거 보육원 시절 친한 동생이자 교통 사고로 희생당한 강일구(최재환)가 마지막으로 건넸던 작은 열쇠를 생각했다. 조들호는 강일구가 자신에게 열쇠를 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어느 사물함을 여는 열쇠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신이 그를 도왔을까. 조들호는 딸 수빈과의 통화 도중 '학원'이라는 단어에 과거를 떠올리게 됐고, 강일구가 생전 '일구 학원'을 등록했다는 말을 회상했다. 그의 직감은 옳았고 일구 학원의 사물함 안에는 정회장(정원중)과 신영일이 차명 계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한편 신영일은 마지막 수를 썼다. 인사 청문회가 열리기 전 청부 살인업자를 고용해 조들호를 없애려 한 것. 특히 이 과정에서 과거 강일구에게 생겼던 교통 사고도 신영일의 청부 살인업자에서 비롯된 일이었음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신영일은 조들호에게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며 유인했고, 청부업자는 조들호를 칼로 찌른 뒤 강물에 빠뜨리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인사 청문회 당일. 역시나 증인석은 비어있었다. 조들호가 없는 신영일은 물 만난 고기였고 그의 검찰총장 임명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이 때 조들호가 등장했다. 그는 물에서 헤엄쳐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배에는 여전히 상처가 있었지만 표정을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그리곤 역대급 반전을 보였다. 빼도박도 못한 증거를 제시한 것도 모잘라, 병상에 누워있던 정회장을 증인으로 출석한 것. 그동안 정회장과 조들호는 둘도 없던 적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신영일에게 배신을 당한 상황에서 이들은 하나로 응집했다.
정회장은 자신이 신영일에게 차명 계좌를 통해 돈을 송금했다고 직접 인정했고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조들호는 옅은 미소와 함께 신영일에게 엄지 손가락을 거꾸로 뒤집으며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
이날 조들호는 평소와 달랐다. 냉담하지 못했고 철저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신영일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며 조들호답지 않은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세상을 떠날 사람인 것처럼 "고마웠다" "잘 지내야 한다"고 말하며 두려운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용감했다.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면으로 맞섰고, 실제로 받았던 위협도 이겨냈다. 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회장을 증인으로 세움으로써 완벽한 태세전환을 보였다는 점도 놀라웠다.
마지막 회를 남겨둔 상황.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었던 조들호가 어떤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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