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포영화 ‘잔예’는 남을 잔(殘), 더러울 예(穢)를 더해 ‘더러움이 남다’를 뜻한다. 그에 꼭 맞게 ‘잔예’는 찝찝함을 남긴다. 즉각적인 공포보다는 한참 뒤에 스멀스멀 공포의 기운이 올라온다. 곱씹을수록 소름 끼친다.
부제인 ‘살아서는 안 되는 방’은 ‘부정을 탄 터에 재앙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란 제목의 확장된 의미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영화의 주된 배경인 집은 곧 살아서는 안 되는, 부정을 탄 터다.
영화는 새로 이사 간 집에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의문의 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이처럼 생활밀착형 공포로 무서움을 전한다.
독자에게 섬뜩한 일들이 벌어지는 집에 대한 제보를 받고 소설을 쓰는 괴담 소설가 ‘나’(다케우치 유코)는 어느 날 여대생 쿠보(하시모토 아이)로부터 섬뜩한 사연을 받게 된다. 새로 이사 간 아파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 2년 전 비슷한 사연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한 나는 이에 흥미를 느끼고, 쿠보와 함께 아파트를 둘러싼 괴담을 추적해나간다.
전 세입자는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목을 맸고, 옆집에서는 괴기한 목소리의 장난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오는 등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난다. 특정 방이 아니라 아파트의 ‘터’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뿌리를 파헤친다.
이 괴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그러면서 공포전문 소설가 히라오카(사사키 쿠라노스케), 괴담 마니아 미사와(사카구치 켄타로) 등이 합류하면서 마치 탐정 수사극처럼 흘러간다. 그리고 관객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집터에 얽힌 무서운 사연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순간순간 놀라게 하는 장치에 치중하기보다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하게 한다. 눈살을 찌푸릴만한 잔인한 장면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공포의 기운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잔상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맴돈다.
이 작품은 일본 공포 소설의 대가인 오노 후유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또 ‘골든 슬럼버’ ‘백설공주 살인사건’ 등을 연출하고, ‘검은 물 밑에서’ 각본을 쓴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7일 개봉.
사진=퍼스트런 제공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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