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썸, '뮤직'이라는 일기장에 담은 고백과 위로(인터뷰)

입력 : 2016-07-18 15: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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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네 살 조혜령의 일기장 같은 앨범이에요. 일기장처럼 꾸밈없이 썼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과물이 만족스럽고 후회도 없어요.”
 
래퍼 키썸(Kisum)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앨범을 내밀었다. 키썸이 작사, 작곡한 곡들로만 채워진 미니 앨범 ‘뮤직’(Musik)이다. 자신의 일기장 같다고 밝힌 이번 앨범에는 그간 하지 못했던 그녀의 진심어린 고백과 위로가 가득하다. 
 
‘재미가 없다’는 뜻의 ‘노 잼’(No Jam)과 옥탑방을 발음 그대로 옮겨놓은 ‘옥타빵’, 바쁜 일상 속 외롭고 불안한 감정을 위로하는 ‘맥주 두잔’ 등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곳곳에 담겼다. 그래서일까, 키썸의 위로가 살갑게 다가오는 것은.
 
■ 스물 넷 조혜령의 일기장
 
이번 앨범이 키썸의 일기장인 이유는 단순하다. 일기를 쓸 때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 놓듯 “꾸밈없이 썼기 때문”이다. 키썸은 “그냥 키썸이 하고 싶은 음악,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풀어낸 앨범”이라면서 “제 인생의 한 페이지를 남겨 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키썸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듯 처음부터 끝까지 이번 앨범을 직접 작업했기 때문에 더욱 이번 앨범이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뮤직’은 다른 사람의 곡을 받아 가사를 덧입혔던 첫 번째 미니 앨범 ‘라이크 잇’(Like It)과는 다르다. 또 다른 사람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랩을 얹는 것과도 다르다. 그저 키썸이 원하는 비트 위에 원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키썸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노래는 ‘나의 이야기’였다”면서 “그전까지는 방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일(랩)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은 뭘까, 나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래퍼인데 왜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이번 앨범을 작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 무작정 곡을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탄생한 곡이 ‘옥타빵’이다. 또 그녀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자신이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 옥탑방이라는 공간이 배경인 만큼 ‘부모님은 평범하게 살길 원했지만 나는 내 꿈을 쫓을래 엄마 아빠 미안’ ‘사람들은 쓸데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만 내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게 다야’ ‘난 옥탑방 옥탑방 작업실에 올라와 서울시 송파구 어딘가’ 등의 가사가 키썸을 가장 가깝게 그려내고 있다.


 
■ 회의감, 그리고 기대
 
키썸이 앞서 말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은 뭘까’에 대한 고민은 공허와 회의감으로부터 비롯됐다. 키썸은 “옛날에는 몰랐다. 공연을 다녀오면 엔돌핀이 돌고 하루가 재밌고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공연이 끝난 뒤 외로웠다”면서 “분명 그 이유가 있을 텐데 못 찾겠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누구나 자신 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있지 않나”라며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감정을 달래준 것이 바로 맥주 두 잔이다. 키썸은 “맥주 두 잔은 딱 기분 좋게 알딸딸해지는 양”이라면서 “바쁘니까 친구들은 못 만나고, 되게 외롭고, 어디 풀 데는 없는데 일을 나가야 하는 때가 있었다. 그때 맥주 두 잔이 딱 좋았다. 이를 그대로 쓴 것이 ‘맥주 두 잔’”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주 두 잔’이 직장인들에게 반응이 좋았다”면서 “매일 혼자 느끼는 외로움이 당신 혼자 느끼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맥주 두 잔에 위로를 받았으면 해서 쓴 곡”이라면서 “사실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됐다. ‘셀프 힐링곡’이다”라고 웃었다.
 
키썸의 ‘힐링곡’은 통했다. 미니 앨범 ‘뮤직’ 이전에 선공개 곡으로 발표한 ‘맥주 두 잔’은 차트 상위권에 안착, 키썸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키썸은 “반응이 좋아서 정말 뿌듯했다”며 “대중이 저의 이야기로 공감을 해준다는 것이 좋았다.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경험은 현재를, 현재는 꿈을
 
키썸에게는 모든 것이 경험이다. 이것들은 쌓이고 쌓여서 자신을 완성시키는 하나의 밑거름이 된다. Mnet ‘쇼미더머니3’나 ‘언프리티 랩스타’ 또한 마찬가지다.
 
키썸은 “두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는 못 해볼 경험을 했다”면서 “정말로 값진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래퍼를 꿈꿔온 만큼 ‘쇼미더머니3’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었다”면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지만 ‘언프리티 랩스타’는 두 번은 못 나갈 것 같다. 재밌긴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경쟁”이었다고. 그는 “디스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지라 그런 것들이 정말 힘들었다”면서 “상대방이 하는 디스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기에 상처 받지 않았다. 그저 ‘어? 이렇게 생각 했단 말야?’하는 건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출연 외에도 아이돌 연습생 시절 등은 지금의 키썸을 만들어 내는 밑바탕이 됐다. 앞으로도 수많은 경험을 쌓아나갈 키썸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뭘까.
 
키썸은 “지금은 앨범을 내는 것이 꿈이었다”면서 “굉장히 후련하다. 지금 목표는 이번 앨범을 잘 마무리하고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올해 음원 열곡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서 “이제 몇 곡 안 남았다. 꾸준히 그렇게 작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같은 짧은 목표보다 키썸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 자신이 만들어낸 곡들이 누군가의 가슴에 깊이 남는 것.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키썸에게도 그런 꿈이 있다. 조금은 한 발자국 다가간 듯 싶다.
 
“제가 죽었을 때도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작품은 남는 거니까요. 그게 너무 멋있는 것 같지 않나요? 제가 앞으로 어떤 아이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멋있는 아이가 될게요.”
 
사진=맵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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