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상대측 후보인 클린턴을 겨냥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트럼프 후보는 2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가진 공개 기자회견장을 통해 러시아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지도부 이메일 해킹 논란과 관련, "만약 그들(러시아)이 해킹을 했다면 그녀(클린턴)의 이메일 3만3천 건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임 시절 기밀문서가 포함된 공적문서를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았고 이 중 국무부에 제출한 것 이외에 3만 건 이상을 '개인적 내용'이라고 삭제한 일을 겨냥한 것이다.

클린턴의 이메일을 부주의하게 취급함으로써 국가기밀이 DNC 이메일 해킹의 배후로 의심받는 러시아에 넘어갔을 수 있음을 부각하기 위한 차원으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는 기자회견 도중 한 여기자로부터 '러시아 정부가 클린턴의 이메일을 갖고 있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자시의 말실수를 깨달은 듯 "닥치시오. 당신이 클린턴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을 안다"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이날 발언을 문제 삼아 맹공을 퍼붓고 있다.

포문을 연것은 민주당 클린턴 캠프의 외교·안보총책인 제이크 설리번. 그는 성명에서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외국의 강대국에 상대 후보에 대한 스파이 행위를 적극적으로 독려한 첫 사례이다"고 트럼프 후보를 비난했다.
 
설리번은 "이는 단순히 호기심 문제에서 벗어나 정치의 문제이고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클린턴 캠프 대변인인 브라이어 팰론도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지금 러시아에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초청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을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반역행위라고까지 주장했다.
 
미 상원 군사위 소속 여성 의원인 클레어 매캐스킬(미주리·민주)은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우리를 침략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그런 공격적인 나라를 초청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는 터무니없는 일이고, 거의 반역행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미 유력 언론들도 공당의 대선 후보가 적대적 관계의 러시아에 해킹을 사실상 부탁한 것이 놀랍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해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하기를 희망했다"면서 "DNC 이메일 해킹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거론되는 상황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 놀랍다"고 꼬집었다.

이동훈 기자 l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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