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최경희 총장이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았다.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농성시위에 이어 처장단의 일괄사퇴 그리고 교수단마저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대 처장단은 미래라이프 대학(직장인 단과대학)을 둘러싼 학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했다.
이화여대 처장단 10명은 지난 11일 오후 학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 사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금일 사퇴서를 일괄 제출했다"고 밝혔다.
교수 일부에서도 최경희 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됐다.
결국 이날 교수협의회(교협)은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반대하는 이대 학생들의 농성이 16일째로 접어들자 "빠른시일내에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총장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고 결의했다.
교협은 "이번 사태를 초래해 교육자로서 이화 교수 전체의 권위와 자부심에 큰 누를 끼친 총장과 재단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며 "실추된 학교와 교수들의 명예, 총장으로서의 명예와 품위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교수들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협은 또 기존에 제안된 중재위원회 대신 교수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이에 최 총장도 교협 공지가 올라온 이날 농성 학생 측에 공문을 보내 이날 오후 2시 본관을 방문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농성중인 학생들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총장의 요청으로 경찰 1천600명이 학내에 투입해 폭력 진압한 것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함께 최 총장의 자진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사실상 최총장의 요청을 거절한 셈이다. 이에 따라 최총장의 입지도 줄어들 전망이다. 학생들과의 대화 등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교수진이 최 총장으로부터 등을 돌아설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럴 경우, 최총장으로선 사퇴 요구를 거부할 명분을 잃게 된다.
이동훈 기자 l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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