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축구 안 당하려면 골을 넣으면 됩니다. 축구는 골이라는 것이 증명된 경기입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침대축구를 비판하기 힘들다며 이같은 말을 했다. 수많은 기회를 허공에 날린 한국의 골결정력 부재가 스스로를 옭아 맨 꼴이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한국은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 3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전 많은 축구팬들은 온두라스를 8강전에서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한국은 2승 1무로 역대전적에서 앞서 있고, FIFA 랭킹에서도 한국은 48위, 온두라스는 84위였다.
결과를 제외한 수치만을 살펴보면 한국은 볼 점유율 64%, 슈팅 16개·유효슈팅 7개(온두라스 6개, 4개) 등 이 밖에도 코너킥이나 프리킥 모두 일방적으로 온두라스를 앞섰다. 완벽한 일방적 경기를 운영했다. 하지만 준결승을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골'이었고, 한국이 아닌 온두라스가 이를 성공시켰다.
이날 한국은 4-2-3-1 전형을 들고 나섰다. 황희찬이 최전방을 맡고 2선은 손흥민 문창진 류승우로 구성됐다. 권창훈과 박용우가 중원을 구축하고 심상민 정승헌 장현수 이슬찬이 포백을 책임졌다. 구성윤이 최후방에 섰다.
경기 양상은 한국이 점유율 60%를 가져가는 등 주도권을 잡고 온두라스가 역습을 펼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경기에 앞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경기 양상, 그대로 전개됐다.
하지만 후반 14분 알베르트 엘리스에게 내준 선제골을 끝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특히 손흥민이 날린 8개 슈팅, 5개의 유효슈팅이 모두 실패한 것이 뼈아팠다.
한국은 중앙에서는 강한 압박으로, 측면에서는 개인기와 짧은 패스로 돌파하며 온두라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초반 권창훈과 손흥민이 연속적으로 슈팅을 날리며 경기 시작의 신호탄을 쐈다.
잠시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경기는 전반 막판 한국의 화력이 집중됐다. 38분 손흥민의 프리킥, 44분 류승우의 중거리 슈팅, 45분 손흥민의 발리슈팅 등이 전부 온두라스의 로페스 골키퍼의 신들린 손 끝에 걸리고 말았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또다시 물아붙였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손흥민은 후반 3분, 8분 연속적으로 골키퍼와 1:1 찬스를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지만 이번에도 로페스 골키퍼가 다 막아냈다. 12분에 날린 손흥민의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다.
기회는 위기 뒤에 온다. 온두라스가 그랬다. 내내 수세에 몰리던 온두라스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성공시켰다. 후반 14분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차단한 키오토는 좌측으로 드리블 후 엘리스에게 연결했고, 엘리스는 침착하게 한국의 골문 구석으로 차 넣었다.
이후 한국은 석현준과 최규백을 투입했지만 동점골에 실패했다. 오히려 로페스 골키퍼의 선방쇼가 몇 차례 더 펼쳐졌다.
여기에 온두라스 선수들은 고의적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며 관중들의 야유를 자아냈다. 한국은 평점심을 잃은 채 여러차례 공격을 더 했지만 위협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온두라스는 이날 오전 10시에 열리는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승자와 결승행 티켓을 두고 격돌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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