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없이 웃음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한 몸개그가 아니었다. 그들의 몸짓에 서서히 몰입하게 만드는 '마력'이 담겨있었다.
27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학교 예노소극장에서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의 해외 초청 공연 '더 베스트 오브 트리그비 워켄쇼' 첫 번째 공연이 열렸다.
영국 마임 코미디의 거장이라 불리는 트리그비 워켄쇼 단 한 명의 출연진으로 무대는 꾸며졌다. 최고의 매력은 몰입감. 사실, 각각의 문화는 서로 다른 '개그 코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칫 웃음 포인트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단 5분이면 오롯이 무대 위 그와 호흡한다.
동물로 변했다가 공룡으로 변한다. 어린 아이가 됐다가 우스꽝스러운 여성이 되기도 한다. 작은 무대 위 트리그비 워켄쇼는 카멜레온처럼 변신해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또 변화 패턴, 시간이 불규칙적인 탓에 그 재미는 배가된다.
고요하다. 그는 추임새 이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그 고요함 속에서 관객들은 끊임 없이 실소를 터뜨린다. 땅바닥을 뒹굴며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열정도 흥미롭다.
고요함이 따분해질 때 쯤이면 공연장을 꽉 채우는 음악이 함께 한다. 음악의 결에 맞춰 움직이는 그의 익살스런 춤동작과 표정연기가 돋보인다.
여러개의 작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그의 공연에서는 때때로 관객들과 케미를 맞추기도 한다.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그의 마임 또한 재치있게 변한다. 관객들의 제스처에 반응하는 그의 마임을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말 한마디 없는 60분 간의 공연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다.
상황 설명은 전혀 없다. 알 수 없는 동작을 하는 그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만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준비물이 있다면, 그에게 포커스를 맞출 '오감' 뿐이다.
'더 베스트 오브 트리그비 워켄쇼'는 28일 오후 3시, 그리고 30일~9월 1일 오후 6시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사진=BICF 제공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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