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복 샘표 회장이 지난 23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원칙아래 품질 우선의 경영철학을 확립한 인물이다.
박 회장은 1922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샘표식품 창업주인 선친 박규회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함흥공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식산은행(현 한국산업은행 전신)에서 25년간 근무했으며 1965년부터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을 역임하며 주민등록번호 제도 도입, 소양강댐 준공, 세종문화회관 설립, 한국민속촌 민자유치 건립승인 등 1960∼70년대 정부의 주요 업무를 추진했다.
◆ 좌우명 "내 식구들이 먹지 못할 음식은 만들지도 마라"…원리원칙 고수
박 회장은 온화한 성품이면서도 원리원칙을 지키는 데 철저했던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1976년 공직생활을 끝내고 선친의 뒤를 이어 55세에 샘표식품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내 식구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식품업 본연의 가치인 '품질'을 최우선으로 경영 활동을 펼쳤다.
◆ 신뢰의 경영…단 한 차례 노사분규 발생하지 않아
직원 경조사를 직접 챙기고 아픈 직원을 병문안하는 등 직원에 대한 사랑도 각별했다.
직원들과의 대화를 위해 매일 구내 식당에서 식사했다. 이런 고인의 노력에 힘입어 샘표는 단 한차례 노사분규가 없었다. 또한 박 회장은 샘표에서 일한 40년 동안 구조조정이나 감원을 하지 않았다.
◆ 국내 장류 산업선도, '식초 전도사' 별칭 얻어
박 회장은 국내 장류산업을 선도하면서 샘표를 명실공히 '간장 명가'로 올려놨다. 그는 하루 세 번 식사 후에 식초를 마시는 특별한 습관 때문에 '식초 전도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흑초음료 '백년동안'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세계 최고 품질의 간장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1987년 당시 단일 품목 설비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간장 공장을 건립했다.
40여년을 경영 일선에 있었던 박 회장은 한국상장회사 협의회 회장,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중견기업 및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회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 국민훈장 목련장,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 한국의 경영자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했다.
사진=샘표 제공
이동훈 기자 l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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