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들을 꾀어 3년 넘게 억대의 인터넷 물품사기 행각을 벌여온 우두머리와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인터넷에 허위 물품 판매글을 게시한 뒤 돈만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박 모(19) 군 등 모두 24명을 검거해 주범 3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수백여 차례에 걸쳐 허위 글을 올려 1억 9000만 원 상당의 송금액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군 등은 값싼 중고품을 찾는 부녀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아동도서, 식기건조기 등 주부들이 선호하는 물품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특히 두목격인 박 군은 부산 중·서구 지역 가출 청소년들을 꾀어 함께 합숙을 하며 범행에 가담하도록 했다.
타인 명의의 아이디·통장을 도용하는 방법 등 범행 수법을 가르쳤고, 경찰에 적발되면 혼자 범행을 모의한 것처럼 '꼬리 끊기'를 지시하기도 했다. 또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여관과 모텔, 원룸 등 합숙 장소를 수시로 옮겨다녔다.
경찰에 붙잡혀 소년원에 수감된 공범들에게는 '가명'으로 편지를 보내,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못하도록 다독이기도 했다. 덕분에 박 군은 2013년부터 범행을 주도해왔지만 단 한 차례도 경찰에 검거된 적이 없었다.
경찰은 단순가출 청소년들이 거액의 인터넷 물품사기를 벌인 데 의심을 품고 윗선을 끈질기게 추적해, 최근 우두머리격인 박 군을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박 군은 수익금 중 자신의 몫을 몰래 떼어내 벤츠 등 고급 외제 대포차를 타고 다니며 호화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유독 중·서구지역을 근거지로 한 10대들의 인터넷 물품사기 범죄가 많았는데, 그 배후에 박 군이 있었다"며 "통장을 빌려주거나 재학 중인 청소년 등 범행에 단순 가담한 10명은 선도 차원에서 불입건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