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태풍 대응] 손바닥 위 '1인 미디어의 힘' 역대급 태풍 넘겼다

입력 : 2016-10-05 23:01:12 수정 : 2016-10-07 1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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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호 태풍 차바가 쏟아부은 물폭탄에 5일 울산 울주군 반천강변길 한 아파트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 독자제공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센 비바람에 부산·울산·경남 시민들은 한 손엔 우산을, 다른 한 손엔 스마트폰을 움켜쥐었다. 출근길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피해 상황과 침수 구간, 우회도로 등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역대급' 태풍에도 시민들이 의연히 대처할 수 있었던 데에는 SNS 속 '1인 미디어'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침수·정전 등 피해 상황
SNS로 실시간 정보 공유
대형사고 예방 효과 '톡톡'
규모 비해 인명 피해 적어

■SNS로 태풍 관련 각종 정보 공유

5일 오전 본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메시지와 댓글 등을 통해 각종 제보가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부산 사하구 쪽 강변도로 나무들이 부서지고, 강변로 을숙도 다리 앞 교통사고 났어요. 다들 조심하고 안전하길 기도합니다"라며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제보를 보내왔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구덕운동장 앞 동아대병원 방면에 가로수가 쓰러져 차량 통행이 현재 불가능하다'는 제보를 실시간으로 보내왔다. 본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노출되는 시민들의 제보에는 수십, 수백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언론사가 보유한 페이지 뿐만 아니라 '부산이가?' '부산공감' 등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여러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실시간 교량 통제 현황 △정전 사고 △도로 침수 상태 등 사진과 동영상 콘텐츠가 공유됐다. 시민들은 게시물에 자신의 가족과 연인, 친구 등을 '태그'하며 발빠르게 정보를 공유했다. 트위터,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에서도 화제 거리는 단연 태풍이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목격된 물고기 사진은 이색적인 볼거리를 선사하기도 했다. 한 시민이 바닷물에 떠밀려 육지로 올라온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에 네티즌들은 '진정한 맨손낚시' '포켓몬go의 실사판' 등의 댓글을 달았다.

직장인 홍영민(29·부산진구 개금동) 씨는 "지진, 태풍 등 대형 재난이 들이닥쳤을 때 가장 궁금한 것은 총체적인 현황이나 거시적인 대책이 아닌 우리 동네와 내 주변의 피해 상황"이라며 "출근길 교차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우리 동네의 디테일한 소식이 전해지는 SNS를 들여다보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상황 전파, 피해 감소 추세

사진=독자 제공
SNS 등으로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 덕분일까? 일 최대 순간풍속 역대 4위(초속 56.5m)를 기록할 만큼 위력 센 태풍에도 피해는 크지 않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재난대응 수준이 높아진 데다가 실시간 예보와 신속한 상황 전파로 인해 대형 사고나 인명 피해는 감소하는 추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차바로 인한 최대 순간풍속만 놓고 보면 그 위력만큼은 역대 4위"라고 말했다. 차바로 인한 강수량도 역대급이었다. 제주 산간 윗세오름에는 이날 592.5㎜의 비가 내려 역대 2위급이었지만 자동기상관측소(AWS) 기록이라 '공식 순위'에는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역대 태풍에 비하면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1959년 9월 태풍 '사라'로 849명이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었고, 2000년대 들어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2002년의 '루사' 때도 246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차바'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전국적으로 7명이다. 재산 피해도 루사(5조 1479억 원)나 '매미'(4조 2225억 원)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자영·안준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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