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처럼… 마린시티 또 '물바다'

입력 : 2016-10-05 23:02:03 수정 : 2016-10-07 09: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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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태풍 '차바'의 직접 영향권에 든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파도가 들이쳐 한 아파트 앞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독자 제공

"마린시티 또 잠겼다."

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을 강타하면서 '부산 최고 부촌'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가 또다시 초토화돼 이번 태풍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태풍 때마다 마린시티에는 월파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방재대책 마련은 여전히 하세월이다. 

태풍 '차바' 강타 부촌 초토화
'볼라벤' '산바' 등 역대 태풍 
100억 원대 침수 피해 입혀   

해일피해 위험지구 지정도  
용역 차질·주민 반대에 난항

5일 오전 10시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가의 아파트 앞. 태풍과 만조시간이 겹치면서 높이 10m 이상의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거대한 해일처럼 밀어닥쳤다. 도로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한꺼번에 화단까지 떠밀려가고, 주변 도로 곳곳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됐다. 또 가로수와 가로등이 쓰러지는가 하면, 보도블록 수백 장이 떨어져 나와 거리에 흩어졌다. 마린시티의 이 같은 피해 상황은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마린시티 주민 최 모(46·여) 씨는 "아파트 쪽으로 끊임없이 밀려오는 바닷물은 영화를 보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마린시티 한 아파트 화단에 파도에 밀려온 자동차들이 올라와 있다. 김경현 기자
마린시티가 태풍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 2010년 '뎬무', 2012년 '볼라벤' '산바'가 부산에 상륙했을 때에도 마린시티가 침수돼 총 100억 원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가 잇따르자 2012년 높이 5m의 방파제 위에 1.3m의 해안방수벽을 추가로 설치했지만 10m가 넘는 파도를 동반한 이번 태풍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해 3월 '맞춤형 연안 방재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용역 결과를 토대로 마린시티 호안 650m 구간 너비를 7m 더 넓히는 것과 동시에 육지에서 100m가량 떨어진 해상에 길이 650m, 수면 높이 7m의 방파제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 모든 공사의 사업비는 650억 원이나 된다. 해운대구청도 부산시 계획에 맞춰 국비 확보를 목적으로 올해 2월 '해일피해 위험지구 지정'을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산시가 해양수산부로부터 부산 해역의 파도 데이터를 확보해 용역을 수행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자 올해 2월 연안 방재대책 용역이 중단된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마린시티 일부 주민들이 자산가치 하락을 이유로 해운대구청의 해일피해 위험지구 지정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일각에서는 부산에 재난 취약지가 많은데 하필 부촌인 마린시티에 대규모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액을 투입하는 방파제 공사보다 월파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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