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한진해운 자산에 대해 포괄적 압류금지(스테이오더)를 각국에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내에서 한진해운 선박이 가압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10일 한진해운과 창원지법에 따르면 지난 7일 '한진샤먼호'가 부산신항에서 선적 작업을 하던 중 창원지법 관계자가 와서 미국의 연료유통회사인 '월드 퓨얼'에 의해 이 선박이 가압류됐다고 통보했다. 월드 퓨엘은 한진샤먼호에 공급한 기름값을 받으려고 가압류를 신청했고 창원지법은 이를 승인했다. 이 때문에 샤먼호는 예정대로 8일 오전 출항하지 못하고 부산신항 외항에서 대기 중이다.
본래 미국에서 출발한 샤먼호는 부산항에서 일부 화물을 내린 뒤 중국으로 갈 화물을 싣고 상하이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부산신항에서 실은 상하이행 78개 컨테이너 화물을 도로 부두에 내려놓았다.
지난달 1일 한진해운은 국내에서 법정관리가 시작되면서 한진해운의 자산에 대한 채권자의 압류가 금지됐다. 다른 나라에도 이를 요청해오고 있고 승인한 국가도 다수다.
이 배는 한진해운이 파나마에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만든 배다. 창원지법은 이 선박을 한진해운의 자산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해운업체는 외국에 SPC를 세워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배를 만든 뒤 그 나라에 선박의 국적을 두고 SPC로부터 배를 빌리는 형태로 운영한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를 국적취득부 용선(BBCHP)이라고 부르며 선사의 자체 선박(자사선)으로 인정한다.
창원지법이 이같은 관행을 깨고 샤먼호에 대한 가압류를 승인해 다른 나라에서도 이를 근거로 한진해운이 운항하는 BBHCP 선박을 가압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BBHCP는 해운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도 자사선으로 인정해 국가 필수운영선박으로도 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률적으로 다퉈야 할 사안으로 알고 있다"면서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해상법연구센터 소장)는 "가압류는 법원이 신청인의 설명만 듣고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한진해운이 이의신청을 통해 사태가 해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