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代作) 논란으로 기소된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씨가 자신은 "사기 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조 씨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오윤경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사기를 쳤거나 치려고 마음먹은 적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화투 그림으로 유명세를 탄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 중순까지 송모(61) 씨 등 대작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가벼운 덧칠 작업을 거쳐 17명에게 21점을 판매해 1억5천3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이날 열린 공판에서 조 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작가가 100% 다 그렸다는 걸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조수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그림 사는 사람에게 일일이 다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조 씨를 변호했다.
이어 "그림이라는 게 갤러리에서 파는 데, 사는 사람마다 만나서 '내가 일부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고지하는 게 방법적으로도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주장한 조 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미술 분야에서는 상당 부분 조수를 쓰는 게 많다"며 "처음부터 사기·기망의 고의가 있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조 씨의 변호인은 이어 "검찰은 피고인이 경미하게 덧칠을 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과연 몇 %를 피고인이 그렸고 조수가 그렸는지 검찰이 입증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채택에 조씨 측이 모두 동의함에 따라 별도의 증인신문 없이 기록만으로 사안을 심리하기로 했다.
조 씨는 이날 공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수를 안 쓰고 묵묵히 창작 활동을 하는 화가들에겐 정말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백번 사과드리고 싶고, 일이 이렇게 됐지만 본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건 기자 new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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