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과 강성호 전 사무국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전양준 부집행위원장과 양헌규 전 사무국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판결이 26일 부산지법에서 내려졌다.
영화계는 예상 밖 중형 선고에 허탈함을 넘어 분노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검찰 구형에서 양 전 국장에게 징역 10월, 나머지 3명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을 때만 해도 '재판부는 다를 것'이라며 기대를 놓지 않던 모습과 정반대다. 이 전 위원장의 개인적 착복이 없었다는 점을 재판부도 인정해놓고, 징역형을 선고한 데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전 10시 선고 공판이었음에도 하루 전, 혹은 26일 아침 일찍 서울에서 부산지법을 찾아 온 영화계 인사들은 부산지역 영화계 인사들과 침통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이 땅의 양심과 상식을 지켜보는 영화인연대'라는 이름으로 성명서를 미리 준비해 선고 후 발표했다. 이들의 형사 재판 자체를 규탄하며,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성명에서 영화인연대는 "BIFF가 출범한 이후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영화제와 영화인의 자존심을 짓밟은 적은 없었고, 심지어 부당한 사법적 잣대로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며 "오늘은 한국 영화계의 상식과 양심이 심판받는 날로 영화역사와 현대사에 기억되어야 하고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사건은 단지 '다이빙벨' 영화 한 편 상영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참담한 현실이 영화계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자 표현의자유를 겁박하는 비겁하고 부당한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법원 결정과 무관하게 이용관 위원장 등은 무죄이고, 오늘 판결은 잘못된 영화사와 현대사를 바로잡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검찰이 구형 때 읽은 것과 별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BIFF 집행위원회에서도 프로그래머와 주요 국·실장 등 20여 명이 법정에서 선고 내용을 방청했지만,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BIFF에서의 공식 입장 발표 여부를 묻자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내부 의견을 수렴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선고 내용을 접한 영화계 단체들도 성명을 냈다. 영화계 9개 직능별 단체로 구성된 영화단체연대회의는 "부산시의 정치적 호도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손을 들어준 데 유감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부산시의 집요한 보복과 정치적 모략에 실추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성명을 냈다.
'다이빙벨'을 연출한 MBC 해직기자 이상호 씨는 이날 법정 방청 후 SNS에 "대한민국 영화계가, 아니 표현의자유가 박근혜의 감옥에 갇힌 날. 오늘의 능멸을 잊지 말자"는 글을 남겼다. 이호진 기자 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