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가 6일로 예정된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하는 8개 그룹의 총수들과 관계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총수들을 둘러싼 각종 청탁과 대가성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촛불집회 등 청와대를 향한 여론의 화살이 대기업 불매운동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재계는 이번 사안이 현직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데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청문회에서 자칫 발언을 잘못할 경우 기업이미지는 물론이고,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나 향후 특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국조 청문회 대비
8개 그룹 총수 연습 집중
의혹 해명 잘못했다간
여론 뭇매 가능성 '긴장'
4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그룹들은 방송기자 출신 임원을 투입해 청문회 예행연습을 하는가 하면 오너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국회에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국조특위가 요청한 청문회 자료를 제출했다. 또한 그동안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 사항을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모범답안까지 작성해 연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들은 모의 청문회 형식의 독회(讀會)도 수차례 반복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에는 총수 1인당 변호사 1명과 수행비서 1명 등 2명 정도만 동행할 수 있도록 허용된 것으로 알려져 총수들은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실수를 연발할 수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자칫 회장님의 부적절한 발언 한마디, 어휘 하나가 기업 평판을 크게 흠집 낼 수도 있다. 국조특위 위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이나 도발에 크게 흥분했다간 구설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총수들이 답변 과정에서 실수없이 해명하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국조특위 위원들이 논란이 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의 돈을 뇌물로 단정 짓고 총수들을 추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그룹은 의원들의 돌출 질문에 대한 대비까지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청문회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이긴 하지만 버스·지하철 요금이나 커피값 같은 '서민 아이템'으로 일반인과 괴리된 재벌의 생활상을 들추려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룹들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은 삼성.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로비 의혹,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의 경위와 목적 등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특위 위원들의 질문들이 상당 부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쏠릴 것으로 보여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이 있는 만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성실히 답변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