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팔질팡하던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야권은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비박계는 지난 2일까지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입장 천명과 국정 2선후퇴를 전제로 야권의 탄핵안 강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비박계의 전격적인 입장 변화의 결정적 배경은 전국 232만 명이 참여한 3일 촛불집회였다. 특히 비박계는 "(비박계 모두가)표결에 찬성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탄핵안 가결 전망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폐족 위기 몰릴 것" 여론 압박에
비상시국위 마라톤 회의 끝 결론
9일 탄핵안 가결 가능성 높아져
최대 변수는 박 대통령 입장 표명
■"촛불 민심에 불탈라" 강경 선회
비박계가 주축인 비상시국위원회는 4일 대표자-실무자연석회의와 총회를 잇달아 연 뒤 "여야 합의가 없으면 대통령의 (4월 퇴진) 입장 표명과 별개로 9일 탄핵안 표결에 참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3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공동 발의한 야3당은 여당과 협상을 일절 거부하고 있어 탄핵안 표결은 외길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여야 합의가 없으면'이라는 전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비상시국위는 이날 4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지만, 표결 참여에 반대하는 의견은 3~4명에 불과했다.
앞서 비상시국위 공동 대표인 김무성 전 대표 등은 지난 2일 박 대통령에게 '오는 7일 오후 6시'라는 시한을 제시하며 퇴진 시기를 명확히 하고, 즉각적인 국정 2선 후퇴를 요구했다. 특히 '탄핵 불가피'를 외치던 비박계 상당수가 이 해법에 공감을 표시하며 야권의 9일 탄핵안 처리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주말을 거치면서 탄핵파와 자진 퇴진파가 혼재하던 분위기는 다시 '강경'으로 선회했다.
서울 광화문과 부산 등 전국의 촛불집회가 사그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여의도 새누리당사 등 정치권으로 들불처럼 번졌고, 비주류 의원들의 '좌고우면' 행태에 대한 비판 수위도 고조됐다.
야권과 새누리당을 탈당한 전·현직 의원들까지 이날 "탄핵이 부결되면 촛불이 횃불이 되어 새누리당사로 향할 것", "비상시국위원회가 친박과 적당히 타협하면 똑같은 폐족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도 비박계의 부담을 키웠다.
회의에 참여한 부산의 한 비박계 의원은 "촛불 민심이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탄핵안이 새누리당 때문에 부결됐을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며 "대통령의 3차 담화가 국정 수습의 마지막 기회였는데, 민심과 동떨어진 수습안을 내놨고 결국 탄핵안 처리라는 외통수로 내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도 이날 "탄핵안을 상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결 때 미치는 국정 혼란을 감안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표결 참여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