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조계종 종정

입력 : 2016-12-06 19:20:52 수정 : 2016-12-08 11: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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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이 종단으로 출발한 것은 1962년이다. 초대 종정은 효봉 스님이었다. 그는 38세로 늦게 출가해 지독하게 수행을 했다고 한다. 절구통처럼 앉아 수행한다고 '절구통 수좌'라고 불렸다. 처음에는 엿장수를 하다가 절에 들어왔다고 해서 '엿장수 중'이라고 했는데 판사를 했던 속세의 전력이 밝혀져 나중에 '판사 중'이라고도 불렸다. 스님은 고자질을 일삼는 이에게 "너나 잘해라"고 야단을 쳐서 '너나 잘해라 스님'으로 불리기도 했다. '절구통 수행'과 '너나 잘해라'라는 경지는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말로 쉬운 것은 '알음알이'라고 하고, 삶으로 이루기 어려운 그것은 '살림살이'라고 한다. 불교는 살림살이, 삶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불교가 서구에 전파된 것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라고 했다.

'길 없는 길'이라고 했다. 결국 삶도 그렇겠지만 그 구절은 특히 불교의 깨달음을 찾아가는 막막한 길을 비유한 것이다. 성철 스님은 5년 임기의 종정을 연임했다. 그는 "한 말씀만 해 달라"는 제자의 간청에 "내 말에 속지 마라"고 했다. 제자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라고 하니까 또 말했다. "내 말에 속지 마라. 그 말이여." 말 너머의 확고부동한 경지를 스스로 가라는 말이었을까.

14대 조계종 종정에 현 13대 종정 진제 스님이 지난 5일 재추대됐다. 종정 연임은 성철 스님과 법전 스님에 이어 세 번째다. 부산 해운정사를 창건한 진제 스님은 선(禪)의 대중화와 선풍 진작에 크게 힘을 썼다. 2015년 열린 '세계 간화선 무차대법회' 등이 그것이다. 스님은 2000년에 중국 불교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9개 선종본산을 찾았다고 한다. 그때 중국 스님들에게 선문답을 건넸는데 모두 시원찮았다고 한다. 조주의 유명한 화두 '끽다거(喫茶去,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처럼 차나 한잔 마시고 왔단다. 그만큼 한국 불교의 대단한 수준을 느꼈다는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욕심 내려놓기는 그냥 내려놓으면 된다고 한다. 이 '그, 냥'이 참 힘들다. 손에 들고 있기가 무겁거나 뜨겁다면 그냥 놓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그냥 못 놓아 탈이다.

한 번은 "사회 불신 풍조의 원인은 뭡니까"라는 물음에 진제 종정이 답했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최학림 논설위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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