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9도의 강추위에도 나라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뜨거웠다.
법원은 오는 19일 시작되는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재판을 앞두고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제3별관 2층에서 방청신청을 접수했다. 형사재판 공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만 방청석이 150석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법원은 혼선을 막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날 방청을 신청한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왔지만 부부, 친구, 동료끼리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방청을 응모한 것으로 알려진 문모(32·서울 관악구)씨는 낮 12시부터 줄을 서 있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촛불을 드는 걸 보고 부끄럽다고 생각했는데, 쉬는 김에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2·여)씨는 친구 이모(22·여)씨와 함께 법원을 찾았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도 참가했던 두 사람은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은 우리 세대에게도 큰 절망을 준 사건이다, 가까이서 진실을 보고 싶다"고 방청을 희망했다.
젊은 층 외에도 다양한 연령대가 최씨를 보기 위해 나섰다.
채모(70·여)씨는 법원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조용히 의자에 앉아 차분히 신청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추위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나라가 이렇게 쑥대밭이 된 건 큰 걱정"이라며 "최순실을 직접 보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 전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한 박모(84·서울 서초구)씨도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민의 피땀이 어린 세금을 갖고 어떻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반드시 (최씨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김상록 기자/포커스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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