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원 컬처가든|
고(故) 유재하를 기리며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가 ‘힐링무비’를 표방하며 새해 첫 코미디영화로 관객에게 선을 뵌다. 유재하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부터 여러 가지로 절묘한 영화다.
동시기인 1월 개봉할 ‘패신저스’(제니퍼 로렌스, 크리스 프랫 주연), ‘어쌔신 크리드’(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 등 넘쳐나는 겨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바구니 속에서 이런 잔잔한 영화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사랑하기 때문에’는 다른 영화(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는 찾아볼 없는 따뜻한 한국적 정서와 웃음포인트로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안긴다. 이젠 브랜드가 된 ‘차태현표 힐링 코믹 연기’가 가슴까지 치유한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세상에 내놓고 20대에 요절한 가수 고 유재하를 기리는 영화다. 주인공인 천재 작곡가 이형(차태현)이 사랑하는 여인(서현진)에게 고백하러 가던 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랑에 서툰 사람들 몸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사실 이형이 곧 ‘고 유재하’다. 영화 속 이형은 실존인물 유재하를 비유한다. 25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유재하처럼 이형 역시 극중 천재 작곡가로 등장하고 유재하처럼 첫사랑 현경(서현진)에게 순정을 바치고 교통사고로 생사를 오간다. 이형과 현경의 극중 대사처럼, 유재하는 죽은 게 아니고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유재하는 이형처럼 사랑이 서툰 사람들의 사랑을 ‘음악’으로 연결해준다는 뜻이다.
임신한 전교 1등 여고생(김윤혜)을 비롯해 이혼 위기의 형사(성동일), 모태솔로 노총각 교사(배성우), 남편 앞에서 첫사랑 오빠만 찾는 치매 걸린 할머니(선우용녀)까지. 이형은 이들의 몸에 갈아타듯 들어간다. 그러다 그는 4차원 여고생 스컬리(김유정)의 도움으로 인생 위기를 기회로 바꿔보려 한다.
이 작품은 세대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고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기리며, 그것을 통해 투영해낸다. 이형이 만난 캐릭터들은 각 연령대 별로 있다. 이 때문에 관객 연령대 역시 다양할 수 있어 흥행 면에서 희망적이다.
“10대, 30대, 50대, 70대 몸속으로 들어간다. 그가 만난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의 일생’이라 생각하고 보면 더 흥미진진할 수 있다”고 밝힌 주지홍 감독 말처럼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사랑은 스토리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그 나이에 겪을 법한 사랑의 위기를 무겁지만은 않게, 때로는 유쾌하게도 때로는 애잔하게 다뤘다. 주 감독이 “이형의 그런 여정(다른 사람 몸에 빙의되는)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편적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영화 메시지를 설명한 것처럼 이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다뤄 공감을 느낀다.
설정 역시 판타지지만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특히 이형 역의 배우 차태현이 갈아타는 몸이 여자일 경우 폭소를 유발한다. 몸은 여배우 김윤혜와 선우용녀인데 표정은 남배우 차태현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연기가 리얼하다. 이형이 고교생 말희(김윤혜)의 몸에 들어가 있을 때 교복치마를 입고 쩍 벌린 자세에 팔자걸음을 걷을 때 웃음을 자아낸다. 이혼 위기의 일벌레 형사 찬일(성동일) 몸속에 들어갔을 때는 일에 치여 아내에게 외면 받고 아이에게 동정 받는 가장이 돼 관객을 안쓰럽게 만든다.
또 이형의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스컬리(김유정)의 담임이자 모태솔로 선생 여돈(배성우)의 몸에 들어가 있을 때는 식탐과 그로 인한 남산만한 배에 웃음이 나온다. 치매 할머니(선우용녀) 몸에 들어간 이형은 스컬리로부터 ‘여전히 청춘’이라는 놀림도 당하고 할머니(이형이 빙의된)와 그를 보살피는 할아버지(박근형)의 키스신에서는 ‘남남(男男) 사이의 키스’라는 상상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12세 관람가. 내년 1월 4일 개봉.
홍정원 기자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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