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이영애, 완성된지 1년이 훌쩍 넘은 사전제작 드라마, 선입견 속 신사임당의 또다른 면모 등 다양한 화젯거리를 몰고 있는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가 드디어 안방극장을 찾는다.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SBS 새 수목드라마 '사임당'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윤상호 감독, 박은령 작가, 주연배우 이영애, 송승헌, 오윤아, 양세종이 자리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사임당은 '5만원 지폐 속 인물', '율곡 이이의 어머니', '조강지처' 등 단아하고 조신한 인물이다. 하지만 박 작가는 "사임당은 당대의 여류화가로도 유명했다. 엄마와 아내 외에도 예술가의 삶을 녹여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집필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때문에 그는 다양한 사료를 찾아보며 틀에 박힌 고루한 이미지 보다는 역사적 사실만을 간추려 뼈대로 삼았다. 그리고 빈 부분은 '어쩌면 저랬을지도 몰라'라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었다.
이영애는 '대장금' 이후 13년 만에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다. 아무래도 전작도 사극이기 때문에 대장금과 사임당의 이미지가 겹쳐보일 수 있다. 이영애도 이 부분을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는 나름의 돌파구를 찾았다. 이영애는 "대장금은 기록에 한 줄 있는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라며 "사임당도 우리가 정해놓은 이미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과거의 사임당도 지금의 워킹맘과 같은 고뇌를 같고 있다"면서 연기의 차이점을 뒀다.
또 이영애가 결정적으로 출연을 결심한 것은 대본이었다. 재미있는 대본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영애였지만 송승헌, 오윤아, 양세종은 출연 이유로 대본에 '이영애'를 더했다.
세 사람 모두 "이영애 선배가 출연한다고 해서"라며 입을 모았다. 특히 양세종은 "저는 선택한 것이 아니다. 다만 선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오디션을 봤다"며 열정을 불태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드라마가 사임당에 대해 새로이 조명하는 것은 '여류화가'라는 면모다. 이를 위해 이영애는 민화를 한 달 넘게 배웠다고. 그는 "잘 그릴 수는 없어도 조금이라도 액션이나 필체는 달라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 박 작가가 부연설명 했다. 그는 과거 '대장금' 열풍의 이유를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한복의 색감, 요리의 디테일, 한식의 미 등을 떠올릴 수 있었다. 때문에 화가 사임당을 위해 이번에는 색깔에 주목했다고.
박 작가는 "16세기 사임당은 산수화의 대가로 화가 신씨로 불렸다"며 "어릴때 할아버지가 구해다 준 안견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하는 등 천재적 재능을 지닌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산수화도 보고 왔다는 그는 "성리학의 융성으로 사임당이 조신함에 갇혀버린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한국 그림에 대한 열풍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었다.
이때 오윤아는 "신사임당의 라이벌로 저도 그림 연습을 많이 했지만 어려웠다"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이내 "제가 한국무용하는 씬이 있는데 이를 위해 사비로 개인교습도 한달 넘게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기대된다"며 또다른 드라마의 매력도 전했다.
'사임당'은 2015년 사전제작 됐고, 지난해 9월 편성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방송날짜가 미뤄졌고 결국 해를 넘겨 2017년에 선보이게 됐다. 윤 감독 역시 "2년에 걸쳐 작품이 공개된다. 제작진이나 배우들이나 고통스러웠던 시간일 수 있었다"라며 감회를 털어놨다. 박 작가 역시 "각자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물론 배우들 모두 사전제작의 장점에는 '엄지척'이었다. 송승헌은 "많은 작품 해왔지만 이번처럼 몰입할 수 있고, 모든 대본이 준비돼있고, 좋은 컨디션으로 촬영할 수 있는 환경은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어 "더욱 완벽한 캐릭터와 더 좋은 대본과 연출을 위해 사전제작이 앞으로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고 말했고, 이영애 역시 "'사임당'을 많이 봐주셔서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을 보탰다.
'사임당'은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이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일기에 얽힌 비밀을 푸는 퓨전 사극이다. 오는 26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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