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과 '닥터스'를 봤다면 눈꼬리를 올리고 히스테리로 가득 찬 표정의 배우 이성경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역도요정 김복주'의 이성경을 본다면 같은 사람이 맞는지 눈을 동그랗게 뜰지 모른다.
최근 종영한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이성경은 풋풋한 첫사랑의 아픔과 기쁨을 겪으면서도 친구들과의 우정도 놓치지 않으려는 20대 초반의 김복주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드라마는 보는 이들에게 추억과 로망, 행복과 미소를 안겨주는 청춘물이라는 칭찬을 이끌어냈다.
그 안에 주인공으로 우뚝 선 이성경을 최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역도요정 김복주'는 어떤 작품이었는지?
A. 너무나 행복한 작품이었다. 모두에게 힐링을 안겨줬던 것 같고, 다시 또 이런 드라마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보시는 분들도 칭찬 많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김복주라는 캐릭터를 끝낸 소감은?
A. 일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복주로 살았다. 또 다 함께 놀면서 하는 느낌이었다. 대본을 보면 깨알 개그 같은 신이 많았지만 다 살리려했으면 오히려 복주가 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냥 마음속에서 우러나오고 사랑스러움을 살리려는 진심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난 기억하지 못하는데 나중에 보면서 깔깔 거린 제스처 같은 것도 많더라. 연기했다기 보다는 촬영장을 가면 '복주야 안녕? 사랑해' 이런 마음이었다.
Q. 모델 출신 배우로 역도선수를 선택하기도, 소화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A. 당연한 이야기다. 처음 대본 읽어보라 해서 읽었는데 '왜 재밌고 난리야~'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캐릭터를 고민하고, 주변에 상의하러 다니고 있더라. 선배들이 '네가 하겠네~'라고 하면 '아니에요, 몰라요'라고 했지만 믿지 않더라. '고민 들어간 거 보면 100% 한다'고 장담하시더라. 근데 진짜 내가 김복주가 됐다.
대본 읽자마자 복주가 너무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살찌우는 건 크게 신경 안 썼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편도 아니거니와, 실제 역도선수들 중 낮은 체급은 마른 분들도 많으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원래 모습 그대로 나갈 순 없었다. 극 중 체급 올리는 장면도 있고 해서 실제로 찌웠다. 그리고 패드의 도움도 살짝 받긴 했다.
Q. 그래서 만족스럽게 표현된 것 같은지?
A. 제가 저를 평가하지 못하겠다. 많은 분들 아시다시피 제가 연기력이 뛰어나거나 경력이 오래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진심을 담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었다. 가장 기본이라고도 생각했고. 그래서 최대한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연기하려 고민 많이 했다.
사실 제가 처음 캐스팅됐을때 다들 걱정했다. 그런데 감독이 저를 많이 믿었다. 전작들 보고 김복주로 확신했다고. 그리고 저도 몰랐던 복주를 꺼내 줘서 감사하다. 사실 제가 봐도 이해가 안 갈 정도의 강단이었는데, 박수를 보낸다.
작가도 처음에 우려 많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종방연때 '드라마 진행되며 맘 놓고 봤다. 행복했다'고 말해줬다. 오히려 복주 감정 잘 쌓아줬고, 대본 보며 힐링이 됐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다.
Q. 짧은 머리 처음으로 본 것 같다.
A. 하하. 개인적으로도 어릴때 빼고 단발은 처음이다. 애초에는 옥동자처럼 아예 바가지머리였다. 여성스러움을 조금 빼려는 시도였는데, 오히려 조금 자라니까 '여자여자'해진 것 같다. 보신 분들도 '이젠 긴머리 생각 안 나'라고 해주시더라.
그리고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재윤과 공연보러 갔던 장면을 제외하면 치마를 입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패션을 포기한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트레이닝복 차림이 대부분이었는데, 너무 만족스럽다. 원래 잘 안 입는 편이긴 했는데 이제 집에 색깔별로 구비해놨다. 너무 편하더라. 이 밖에도 복주가 입은 옷 중 치마가 아니더라도 예쁜게 많았다. 특히 패딩 패션은 저도 좋았고 많이들 찾아주시더라. 오히려 나중에 본래 스타일링으로 돌아오니 지겨운 것도 있었다.
Q. 연기하는 데 어려웠던 건 없나?
A. 체력과 피부 걱정이 많았다. 사실 '역도요정 김복주'는 전작 '닥터스' 끝나고 20일 만에 들어간 작품이다. 때문에 지쳐있는 상태로 들어갔는데...여러번 말했듯이 정말 찍으면서 힐링됐다.
또 하나 힘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빠른 시간 내 살을 찌워야하다보니 밀가루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이게 피부에 너무 안 좋다. 아마 살면서 가장 피부가 안 좋았던 시기였을 것 같다. 관리하느라 엄청나게 힘들었다.
Q. 많은 호평이 있던 드라마였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웠을 법 한데.
A. 잘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일단 훌륭한 선배들, 너무 좋은 제작진들이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청률로부터 자유로워서 연기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진 게 없으니 두려운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었다. 작품에 빠져드는데는 최적의 조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격려들이 개인적으로 위로가 됐고 용기를 얻게 해줬다.
Q. 배우 김고은과 절친으로 알고 있다. '도깨비'로 큰 인기 얻고 있는데 서로 격려 어떤 격려 해줬나
A. 우리는 서로 '아이고 우리 새끼' 하며 엉덩이 토닥였다. 고은이와는 서로 대본을 봐주고 연기도 봐주며 격려하는 사이다.
고은이가 '도깨비'에서도 애교덩어리에 귀엽게 나오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너무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하다. 전화하면 '온니~'라면서 받을 정도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많이 너 사랑해주는데, 네 사랑 뺏기기 싫다'고 질투를 하기도 한다. 하하. 사실 예전에 고은이가 다른 인터뷰에서 내 칭찬 많이 해주고 그렇게 생색 내더라. 나도 오늘 생색 좀 내야겠다.(웃음)
Q. 극 중 정준형(남주혁)과 사귀기 시작할 때 '여사친 만나도 난 신경 안써'라고 했다. 나중에는 질투의 화신으로 변하긴 했지만. 본인의 연애 스타일은?
A. 21살때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그 전에는 무서워서 내가 철벽치는 스타일이었다. 근데 처음으로 철벽이 허물어질때 그 감정을 잘 몰라서 '이게 뭐지?'라는 느낌이었다. 이게 100일 정도 지나자 느껴졌다. 복주처럼 느렸다.
연애 중에는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그렇다고 질투의 화신까지는 아니다. 나도 남사친 많으니까.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남자친구가 여사친 많은 건 별로 상관할 바 아니라고 생각한다.
Q. 노래 실력이 상당하다. '복면가왕'에서도 증명됐지만, 경수진이나 남주혁도 이를 증언했다. 촬영장에서 그렇게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A. 메이킹 영상 보면 내가 깨방정을 많이 떨긴 했더라.(웃음) 개인적으로 삶에 있어서는 이성만큼이나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행복하다고 믿는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잔잔한 재즈가 좋을때도 있고, 클래식도 뮤지컬도 좋아한다. 삶의 기본 베이스로 생각한다.
Q. 이번 작품 통해서 남는 의미가 있다면?
A. 복(福)이나 선물이란 말로 부족하다. 갖춘 것 없는 내게 연기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드린다. 특히 모두의 힘으로 완성된 드라마였기 때문에 귀한 자리 감사드릴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복주를 연기한 것은 행운이었다. 앞으로도 주제 파악 잘하는, 최선과 진심을 다하는 배우가 되길 소망하고 노력할 것이다.
Q. 본인은 메시 좋아하나.
A. 하하. 사실 축구는 잘 모른다. 그래도 메시는 워낙 유명해서 안다. 좋아하도록 노력해보겠다.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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