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 '문라이트' 흑인배우-감독, '백인잔치' 아카데미 오명 깨나

입력 : 2017-02-22 21: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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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흑인배우와 감독인 루스 네가 '러빙' 스틸. 배리 젠킨스 감독 '문라이트' 포스터. UPI 코리아, CGV아트하우스 제공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백인들의 잔치' 오명을 깨고 영화 '러빙'과 '문라이트'의 유색 인종 배우와 감독이 수상까지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아카데미상 후보자 면면을 뜯어보면 지난 2년간 '백인들의 잔치'라는 오명을 벗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남녀 주연상과 남녀 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20명 배우 중 7명이 흑인 등 유색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들 유색 인종 후보자들 중 '러빙'의 루스 네가와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에게 호평이 이어져 수상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는 '러빙'의 루스 네가는 흑인 배우다. 오는 3월 1일에도 국내 개봉하는 영화 '러빙'은 서로를 지키고 싶었던 '러빙 부부'가 오직 사랑으로 세상을 바꾼 위대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작품. 타 인종 간의 결혼이 불법이었던 1958년, 버지니아주에서 추방된 부부가 세상에 맞선 10여 년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에티오피아 출생으로 아일랜드에서 자란 배우 네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내, 밀드레드 러빙 역을 맡았다. 그는 러빙 역에 대해 “밀드레드가 원했던 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뿐이었다. 누구나 큰 목소리로 위대한 일을 해내는 건 아니다”며 실존인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네가는 다큐멘터리를 연구하고 제작 자문으로 참여한 실제 주인공 러빙 부부의 자녀 페기 러빙과 만남을 갖는 등 실존인물에 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해 힘썼다. 네가는 “혼혈이기에 평소 인권 운동이나 노예 제도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러빙 부부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러빙'으로 생애 첫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루스 네가는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함께 노미네이트된 메릴 스트립(플로렌스), 이자벨 위페르(엘르), 나탈리 포트만(재키), 엠마 스톤(라라랜드) 등 쟁쟁한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절제된 열연이 이끌어낸 진한 감동”(Variety), “루스 네가의 빛나는 연기”(The List),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네가의 눈빛”(MTV) 등 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기에 그의 여우주연상 수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리 젠킨스 감독은 세계 영화제 157관왕에 오른 영화 '문라이트'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연출, 연기, 영상, 음악까지 영화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감성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아직 30대이며 겨우 두 번째 작품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젠킨슨은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섬세한 감성이 만들어낸 짜임새 있는 연출력으로 각종 감독상을 휩쓸었다. 

특히 흑인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케네스 로너건(맨체스터 바이 더 씨), 드니 빌뇌브(컨택트), 다미엔 차젤레(라라랜드), 멜 깁슨(핵소 고지) 등과 경합을 벌인다. '문라이트'는 22일 국내 개봉했다.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된다.

홍정원 기자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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