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들이 무더기로 퇴사한 뒤 어린이집의 불결한 식자재와 보육교사 자격증 대여 의혹을 제기했다.
7일 청주시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10명은 전날 사직서를 일괄 제출한 뒤 청원구청을 방문해 민원을 제기했다.
이 어린이집 원장이 무자격 교사를 채용해 담임 수당을 챙겼고, 출근도 안 한 교사가 일한 것처럼 속여 누리과정 보조금을 챙겼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들은 “원장이 학교 졸업 후 자격증이 나오지 않은 교사에게 담임을 맡겼고 서류에는 다른 누리 교사나 부원장이 담임인 것처럼 허위로 꾸몄다”고 주장했다.
위생 상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쥐가 쌀자루를 쏟아 쌀이 새고 교실과 피아노 주변, 싱크대 근처는 먼지로 가득할 정도로 불결했다”며 “아이들에게 하루 전날 만든 샌드위치를 간식으로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장이 자신들에게 인신공격과 언어폭력을 일삼는 등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이들의 주장을 대부분 부인했다. 이 원장은 지역 주부들이 활동하는 카페에 “작년 2월 보육교사 1명을 채용했으나 이 교사 출신 대학 조교의 실수로 자격증 발급이 지연돼 도우미 업무를 맡긴 뒤 다른 교사를 채용했다”고 해명했다.
누리과정 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 1월 출근하기로 한 보육교사가 개인적 사정으로 지난달 출근하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근무시간을 충분히 채우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에서 구입한 쌀 1포대가 파손돼 쏟아진 것이고, 간식을 제때 주지 못한 것은 오히려 '배식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사표를 낸) 신임 교사들의 불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주시는 전날 해당 어린이집을 점검한 데 이어 7일에도 현장 조사를 거쳐 위법한 사안이 확인되면 행정처분할 계획이다.
박홍규 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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