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 불륜과 사랑 사이 그들의 이야기

입력 : 2017-03-16 19:27:25 수정 : 2017-03-19 13:09:5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예술로 승화시킨 불륜? 그들이 얻은 것과 잃은 것

배우 김민희와 스캔들을 빚어낸 홍상수 감독의 열아홉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가 국내외 여행지를 배회하며 힘들어하는 내용이다. 작은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박찬하 기자

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는 공개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다. 둘은 영화로 만나 지금은 연인으로 발전해 세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통해 처음 만난 홍 감독과 김민희가 두번째 영화 작업을 마쳤다. 화제의 작품은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가 독일과 강릉 등 여행지를 배회하며 힘들어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누가 봐도 둘의 자전적 내용이다. 마치 이들이 골방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사를 쓴 것처럼 영화는 불륜을 속절없이 담아낸다. 2015년 2월 관련법 폐지 이후 간통죄는 이제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의 뭇매를 비켜갈 수 없는 둘은 자신들의 불륜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 
누가 봐도 홍상수-김민희 커플 
언론·평단 모두 "자전적 영화" 
홍 감독 "디테일 때문에 오해" 

'베를린의 여인' 된 김민희 
세계적 거장으로 거듭난 홍상수
 충무로는 벌써 차기작 기대


■ 홍상수의 열아홉 번째 '또' 자전적 영화?

대개 영화 감독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내고 싶어한다. 홍상수도 그런 감독 중 한 사람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감독과 불륜에 빠진 여주인공 영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뜻 보면 홍 감독 스캔들이다. 극중 감독과의 불륜 때문에 일을 쉬고 있는 여배우 영희에게 지인들이 "너 재능 있어" "아깝다"라고 말을 건네는 걸 봐도 그렇다.

홍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김민희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그런 대사를 담은 건지 궁금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개인적으로 내가 아는 디테일들을 사용하고 그걸 모아 전체를 꾸미려 하지만 자전적인 건 아니에요. 끝까지 자전적 이야기는 안 할 듯합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 개인적 이야기로 비춰지는 건 디테일 때문이지만 물론 오해할 수 있고 자전적 이야기라 받아들일 수 있는데 사실 그래도 상관 없어요." 그의 말을 정리해보면 이 영화는 김민희와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불륜이라는 소나기를 피하자는 눈치다.
그러나 평단과 언론의 시각은 다르다. 작품 전체가 자전적이진 않더라도 소소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버무려냈다는 의미다. 홍 감독이 주특기인 '개인적 디테일'을 이번에도 사용한 것이 그 증거다. 그가 1996년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열아홉 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까지 자전적 이야기로 영화작업을 해온 것은 충무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주지하는 사실. 이뿐 아니다. 그는 촬영 당일 머리에 떠오른 것을 대사로 쓰는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지 않는가.

■ 김민희와 홍상수 서로 윈윈?

스캔들에도 불구 김민희는 오히려 빛이 났다. 스물두살이란 나이차에도 불구, 홍 감독과의 불륜설이 보도된 뒤 그는 국내 첫 공개석상인 기자간담회에서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쿨하게 털어놨다. 그 당당함은 아마도 지난달 폐막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덕분이 아닐까. 칸,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를린에서 대어를 잡은 김민희는 이젠 강수연, 전도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것. 또 이번 수상을 통해 연기 논란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났다. 1999년 드라마 '학교2'로 데뷔 후 영화 '화차' 전까지 그는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연기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종종 받아왔지만 이젠 훌훌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최근 슬럼프에 빠졌던 홍 감독도 절묘하게 벗어났다는 반응이다. 그는 '하하하'로 2010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수상 이후 3대 영화제에서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뮤즈 김민희를 만난 후 달라졌다. 비록 자신이 상을 받진 않았지만 연인이자 주연배우가 수상함으로서 다시 한 번 '거장'임을 세계 영화계에 알렸다.

아무튼 불륜 여부를 떠나 결과는 좋았고 충무로는 반기는 분위기다. 둘의 스캔들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홍 감독의 차기작으로 모아진다. 늘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영화화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여배우판으로 버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 후속작은 '감독판'으로 찍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홍정원 기자 bstoday@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