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7일 촉망받던 유명 조각가이자 동아대 미술학과 조교수인 손현욱(33)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생 '성추행 의혹'에 시달리다 자신이 살던 부산 서구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과 대학의 조사 결과 성추행은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 성추행을 한 다른 동료 교수와 제자가 벌인 악의성 의혹이 손 교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부산일보 2016년 6월 9일자 관련기사(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609000084)
지난해 3월 미술학과의 경주 야외스케치 수업 이후 뒤풀이 술자리에서 여학생의 속옷과 엉덩이를 더듬는 일이 발생해다. 손 교수도 당시 피해 학생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의혹을 받았고, 두달 뒤인 5월 학내에 대자보가 붙는 등 소문은 확산됐다. 손 교수는 당시 함께 있던 동료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는 진술서를 받는 등 억울함을 토로하던 중 투신했다. 손 교수의 유족은 경찰과 대학 측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조사 결과 대자보를 붙인 사람은 손 교수의 제자인 A 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교수님이 여학생 성추행 소문이 돌고 있으니 알아보라고 해서 대자보를 붙였다"면서 "야외 스케치 당시 수업 일정, 식사 등을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손 교수가 불평을 해 평소 불만도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제대로된 사실 확인도 없이 악의를 가지고 의혹을 키운 것이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 A 씨를 허위 내용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학의 자체 진상 조사 결과 실제 성추행을 한 교수는 동료교수 C 씨였다. C 씨는 스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 학생을 입막음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손 교수가 한 것처럼 거짓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 씨를 통해 대자보를 붙이게 한 같은 과 D 교수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D 씨가 시간강사를 성추행했다는 투서가 총장 비서실에 접수되자 손 교수의 의혹을 키워 관심을 돌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동아대는 지난달 대학 징계위 절차를 거쳐 A 씨를 퇴학 처분하고 C 교수를 파면조치했다. 이승훈 기자 lee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