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FF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부산 출신 박현철 감독 "국민끼리 적이 된 시위판 보며 영감 얻어"

입력 : 2017-05-01 19:00:38 수정 : 2017-05-02 14: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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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자퇴하고 영화판에 뛰어든 지 14년. 한때 월평균 10만 원의 임금을 받으면서 버텼던 그는 영화 '설국열차' 조감독을 거쳐 사실상 감독 데뷔작인 단편 '개들의 침묵'을 한 달여 만에 완성해냈다. 이 작품으로 제34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부산 출신 박현철(35) 감독. 그는 "고향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고맙고 감사하다. 수상은 힘든 여건 속에서 영화를 함께 만든 배우와 스태프 덕분"이라며 "앞으로 꾸준히 영화작업을 하면서 관객과 소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영화 '설국열차' 조감독 거쳐
데뷔작 '개들의 침묵'으로 영예
"국민적 이슈 이면 담고 싶어"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도 혈혈단신 상경했던 박 감독은 영화 '개들의 침묵'을 본 아버지로부터 받은 '고생 많았다'는 문자메시지가 큰 울림을 줬다고 했다. 박 감독은 "서로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있던 영화 마지막 장면의 부자(父子)가 떠올랐다. 아버지로부터 비로소 영화인을 인정받은 듯해 짠했다"며 "폐막식에도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는 젊은 시절 운동권이었던 아버지와 의무경찰로 시위대 진압에 나섰던 아들이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현장에서 마주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큰 줄거리로 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으로 아버지 역은 배우 김뢰하가 맡았다.

지난해 말부터 장편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 머무르면서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박 감독은 각자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시위 때만 되면 서로 반목하고 싸우는 것이 흥미로웠단다. 잘못은 정권 또는 특권층이 했지만 국민끼리 적이 되고 싸우는 상황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박 감독은 "지금껏 많은 시위가 있었지만 정권이나 특권층은 변하지 않는다. 왜 시민들끼리 반복해서 싸우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영화는 출발했다"고 말했다.

제목은 목적 없는 반목에 대한 시민들의 침묵, 시민들의 거센 요구에도 눈과 귀를 닫은 정부의 침묵을 동시에 담고 있다. 문제 제기는 하지만 영화가 정답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에 이분법적인 접근을 피하려고 노력했단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박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은 아들이 '집이 춥다'고 하니 아버지가 문을 닫고 커튼을 치는 것으로 끝이 난다. 4번에 걸쳐 다양하게 찍었는데,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제일 가슴에 와 닿아 마지막 장면으로 선택했다"며 "서로 아픔을 품고 계속 상처 내면서 살아갈 테지만 이런 이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번쯤 서로를 따스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사의 여러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부녀가 겪는 에피소드를 담아낸 장편극영화를 하반기에 촬영할 계획이라는 박 감독. 그는 "국민적 관심을 모은 이슈의 이면에는 그로 인해 상처 받거나 아파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이야기를 감독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사진=김경현 기자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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