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가 오는 8월 개봉을 확정 짓고 예고편을 공개한 가운데 영화의 모티프가 된 독일기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 영화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19일 공개된 2차 메인 예고편은 당시 서울 시내 전경이 펼쳐지며 시작된다. 그 속에서 시위대 때문에 막힌 도로를 피해 운전하던 중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 때문에 백미러가 부숴지자 울상을 짓고 자동차 정비소에서 수리비를 깎는 김만섭(송강호) 모습은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고생스러운 일상에서도 밝고 생활력 강한 성격을 보여준다. 또 광주로 향하는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와 그의 손을 무작정 잡고 “타타타”라며 자신의 택시에 태우는 만섭의 만남은 앞으로 이들이 겪을 일들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삼엄한 경계로 광주에 들어갈 수 없었던 만섭이 광주로 갈 수 있는 샛길을 한 노인에게 물어보고 “거기가 어딥니까?”라고 외치는 장면, 그곳에 도착해 이들이 처음 만난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이 위르겐 힌츠페터(피터)에게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더듬더듬 “알 유 아.. 리포터?”라고 물어보는 장면까지. 보기만 해도 웃음 지어지는 장면들은 관객들이 영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먼 길을 달려온 만섭과 힌츠페터에게 소박한 진수성찬을 대접하는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 갓김치를 먹고 매워하는 힌츠페터와 이를 보고 웃는 사람들 모습은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순수함과 말이 아닌 마음으로 통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나 훈훈했던 분위기에서 멀리서 총소리가 울려퍼지자 모든 것이 달라진다. 광주를 취재하러 온 힌츠페터를 쫓는 군인들과 이들을 피해 도망치는 만섭 일행 모습은 광주의 심상찮은 상황을 전달하며 눈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생각하지도 못한 광주 상황을 보게 된 만섭의 대사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와 그의 눈물 흘리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얽힌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택시운전사'의 2차 메인 예고편은 조용필 ‘단발머리’의 경쾌한 멜로디가 더해져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 1979년 발표된 이 곡은 많은 한국인의 그 시절 감정을 대변하는 노래다.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가 흘러나오는 순간 예비관객들을 1980년으로 안내한다.
또한 '택시운전사'의 모티프가 된 실존 인물, 위르겐 힌츠페터에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NRD의 카메라맨으로 시작해 베트남 전쟁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했다. 이후 일본 특파원 기자로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교류를 쌓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찮은 상황을 듣고 취재를 위해 광주로 향한다.
당시 한국 외신기자들은 해외 홍보원에 취재 목적을 알린 뒤 프레스카드를 발급 받아야 취재가 가능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외신기자들과는 달리 프레스카드 없이 기자 신분을 숨긴 채 계엄 하의 삼엄한 통제를 뚫고 광주 참상을 생생하게 취재했다.
그가 촬영한 필름은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독일에서 수차례 방송됐고 다른 외신들도 이 영상을 받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보도함으로써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에 일명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게 된 힌츠페터는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홍정원 기자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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