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술에 취한 상태로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회사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진만)는 사망한 문 모씨의 배우자인 강 모씨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니 유족에게 보상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문 씨 회사의 대표이사는 조직 구조를 바꾸면서 직원들에게 인수인계 등을 당부하기 위해 회식 자리를 마련했고, 회식비 품의서를 결재했다"며 "회사의 전반적인 지배ㆍ관리 하에서 이뤄진 회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씨는 부서 내 실무책임자로 이 회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다른 직원들에게 술을 권하는 등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회식비를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취한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씨의 사망 당시 주거지 인근 지하철역은 5호선 방화역이었다"며 "문씨는 만취 상태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다 2호선과 5호선의 환승역인 충정로역 근처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으로 볼 때, 문씨가 당산역에서 내린 이후 사고 장소 인근의 폐쇄회로(CC)TV에 나타날 때까지 제3의 장소에서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부연했다.
문씨는 지난 2016년 1월13일 서울 구로동에서 부서 회식 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다 당산역에서 하차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이튿날 새벽, 문씨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근처 도로변에 누워 있다 지나가던 차에 깔려 사망했다.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