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5일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를 받는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고도의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문건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최순실 씨에게 유출했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정농단 단초를 제공해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검찰이 기소한 문건 47건 가운데 14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나머지 33건에 대해서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정 전 비서관의 문건 유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 공모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드레스덴 연설문', '해외순방 일정표' 등 청와대 비밀 문건 47건을 최 씨에게 건네준 혐의로 지난해 11월 20일 기소됐다. 지난 4월에는 국회 청문회에 고의로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포괄적이고 개괄적인 지시에 따라 청와대 문건을 유출해 최씨가 국정에 개입했고,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면서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정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는 "우리 정치 사회에서 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또 있겠느냐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며 "대통령을 더 잘 모시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정 전 비서관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도 연루돼 있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기소될 수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다.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