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위 1% 부자들이 부(富)를 독식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1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부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에 따르면 올해 중반 기준 전 세계 부는 280조 달러(31경3천조 원)에 달해 1년 전보다 6.4% 증가했다.
이번 증가율은 2012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이는 증시 호황, 부동산 가치 상승 등이 주도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 중에서 상위 1%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50.1%에 달해 금융위기 당시(42.5%)보다 부의 불평등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부자들의 호주머니로 더 많이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산이 5000만 달러(약 560억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들의 수는 2000년 이후 5배 늘어났다. 100만 달러 이상 자산가가 2.7배 늘어난 것에 비해 빠른 속도다.
성인 1인당 부는 평균 5만6천540달러로 집계됐다.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백만장자 인구는 전년보다 6%(230만 명) 늘어난 3천600만 명이며, 이 중 1천530만 명(43%)이 미국에 있었다.
일본에는 백만장자가 270만 명(7%)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영국이 220만 명(6%)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190만 명으로 5%를 차지했으며, 2022년에는 280만 명으로 껑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백만장자는 68만6000명(2%)으로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았다.
CS는 한국의 백만장자 수가 2022년 97만2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자산 5000만 달러 이상 초고액 자산가 수도 2300명으로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았다. 지난해보다 300명(12%) 증가했고, 2022년 33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한국 성인의 1인당 자산규모는 평균 16만607달러(약 1억8000만원)를 기록했다.
지역별 가계자산을 보면 북미에 101조 달러가 쌓여 가장 부유했고, 유럽 79조 달러, 아시아태평양(중국·인도 제외) 55조 달러, 중국 29조 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6조6천억달러로 성인 1인당 16만607달러였다.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부를 쌓은 나라는 미국으로, 8조5천억 달러를 불렸다. 중국이 1조7천억 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한편 보고서는 1982∼2000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학자금 대출, 대출 규제, 집값 상승 등으로 부모 세대보다 돈 벌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덕 기자 orikimj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