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맡은 업무 바뀐 뒤 돌연사…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입력 : 2018-01-02 11:14:13 수정 : 2018-01-02 11: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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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법원이 20년 동안 근무해온 팀을 떠나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팀으로 옮긴 지 반년 만에 숨진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숨진 쌍용자동차 직원이었던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지급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994년 쌍용자동차에 입사한 A씨는 줄곧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팀에서 부품 품질을 검사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주·야간 교대근무와 토요 특근이 있는 조립팀으로 옮기게 된 건 입사 21년 차인 2014년이었다.

그는 애초 야근을 할 수 있는 다른 팀에 지원했다가 자리가 없어 희망하지 않은 교대 근무 조립팀에 발령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근무가 바뀐 후 가족과 지인들에게 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A씨는 야간 근무를 마친 후 오전에 퇴근해 잠들었다가 그대로 깨어나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사망 원인을 찾지 못했다.

A씨의 유족은 고인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은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업무와 근무시간 변경 등으로 A씨에게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됐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보통의 근로자들도 약 20년간 근무해 온 일의 형태나 시간이 바뀐다면 그에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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