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고객돈이 거래소 임원계좌로…'위법 정황 다수 포착'

입력 : 2018-01-23 15:12:4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고객의 돈이 가상화폐 취급업자(거래소) 대표이사나 임원 계좌로 흘러가는 등 위법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암호화폐 취급업소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FIU와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6개 시중은행(농협·기업·신한·국민·우리·산업)에 대한 집중 현장점검을 진행해 다수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금융당국이 발견한 가장 심각한 사례는 가상화폐 거래 고객의 자금을 거래소 대표자나 임원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사례다. A거래소는 5개 은행 계좌로 이용자의 자금을 모아 A사 명의의 다른 계좌로 109억원을 보낸 후 이 중 42억원을 대표자 명의 계좌로, 33억원을 사내이사 명의의 다른 은행 계좌로 보낸 사실이 적발됐다.

여러 은행의 계좌를 통해 가상통화 거래소 임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한 후 다른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여러 계좌로 이체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거래는 사기나 횡령, 유사수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법인계좌에서 거액자금이 여타 거래소로 송금되는 경우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은행 역시 가상계좌 관리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와 가상통화 담당 부서 간에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했고 가상통화 취급업소나 가상통화 거래가 빈번한 고객을 '고위험' 고객으로 분류하지 않은 사례가 나왔다.

법인 고객에게 가상계좌를 발급해야 할 때 지켜야 할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가상화폐 거래소끼리 가상계좌를 사고판 경우도 있었다. 은행들이 가상계좌 제공을 꺼리자 기존에 가상계좌를 갖고 있던 거래소가 후발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판매한 사례가 2건이 적발됐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현장점검에서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일반계좌가 집금계좌로 이용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지만, 은행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FIU가 배포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지도하고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IU는 현장점검 결과를 토대로 '암호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 역할과 책임이 명시된 이 가이드라인은 시중은행 전부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적용된다.

금융회사는 금융거래 상대방인 고객의 신원정보 등을 확인하고 자금세탁 우려가 있는 경우 거래목적, 자금원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금융거래상대방이 전자상거래업, 통신판매업 등 특정 업종을 영위하거나 단시간 내에 다수의 거래자와 금융거래를 하는 등 통상적이지 않은 거래행태를 보이는 경우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금융회사 간에 거래소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금융회사는 거래소가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 여부도 확인하는 등 강화된 고객확인(EDD)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아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경우 금융거래를 거절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이사회·경영진에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의무를 부여하고 임직원에 대해 교육, 자금세탁방지 관련 감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

김상록 기자 srki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