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장례식장 안에서 있었던 일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후 제가 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서 검사는 31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는 대한민국 검사로,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지만 제 피해를 법적 절차에 따라 구제받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구제 요청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저만의 문제가 아니다. 82년생 김지영의 문제가 김지영만의 문제가 아니듯 말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면서 "피해자가 피해를 이야기했을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 깨기, 성폭력 범죄에 대한 편견 깨기부터 시작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끝으로 "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닙다.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언론과 시민들께서 우리사회 미래를 위해 집요하게 관심가져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나서기로 했고 법무검찰위원회도 검찰 성폭력 전수조사를 권고했다.
아래는 서지현 검사의 입장 전문.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평범한 엄마로, 공무원으로 살던 제게는 큰 결심이었습니다.
대중 앞에 서는 것도, 제 이름을 밝히는 것도, 그리고 제가 겪었던 일을 제 입으로 말하는 것도 말입니다.
까마득한 터널 속에 있는 기분이었는데 많은 분들의 공감, 응원 덕분에 저는 이제 여러분과 같은 세상 속에 있습니다.
저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조직 내부, 외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장례식장 안에서 있었던 일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후 제가 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혼자만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왜 조직이 귀 기울일 수 없었는지에 대해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피해를 법적 절차에 따라 구제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구제 요청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것은 저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82년생 김지영의 문제가 김지영만의 문제가 아니듯 말입니다.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깨기, 성폭력범죄에 대한 편견깨기부터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언론과 시민들께서 우리사회 미래를 위해 집요하게 관심가져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저는 제 사건에서 언급된 분들에 대한 지나친 공격, 인격적 공격을 원하지 않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검사 서지현 드림.
김상록 기자 srkim@